한국당 집단퇴장 '몽니'에 정족수 미달…與 지도부 '발 동동'
공항 간 의원들 헐레벌떡 국회로…고성 오간 찬반토론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한지훈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이 국회 제출 45일 만인 22일 천신만고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추경안 협상에 극적으로 합의, 본회의 표결에 합류하기로 한 만큼 '무사통과'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찬반 토론을 마치고 자유한국당이 표결 직전 집단 퇴장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한국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표결 참석 후 반대'라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여당은 여유만만한 태도였다.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시작한 본회의에서는 표결에 앞서 약 1시간 동안 여야 의원 11명의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당 전희경 의원의 토론 후 한국당 의원들이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고 죄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영영 돌아오지 말라"고 한국당의 퇴장에 항의하고, 곧이어 정세균 국회의장은 10시 51분 투표 개시를 선언해 추경안 가결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2분이 지나도록 본회의장 전광판에 찍힌 재석 의원 숫자는 145명에서 멈춘 채 더 늘지 않았다. 재적 과반수에 5명 모자라는 수치였다. 몇 분 뒤 한 명이 늘어 146명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4명이 더 필요했다.
그러자 정 의장은 "현재 네 분 의원이 의결정족수 미달한 상태다. 각 교섭단체 의원들께서는 연락하고 노력해주시기 바란다"며 채근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예상치 못한 비상상황에 발을 동동 구르며 잰걸음으로 의원들 사이를 오갔다.
박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들에게 일일이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안심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좀처럼 머릿수가 늘어나지 않자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도 의원 총동원령을 내리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출장차 인천공항 출국장에 있던 의원 다수가 여의도로 급히 돌아오고 있다는 말도 전해졌다.
한 여당 관계자는 "표결에는 참여하기로 해놓고 이제 와 애를 먹이냐. 출장길 나선 동료 의원들이 일정을 취소하거나 늦추고 들어오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한국당의 '몽니'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 회의장에 모여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30여 분 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가 본회의장에 들어서면서 표결이 이뤄지나 싶었지만 우 원내대표를 만난 뒤 다시 한국당 의원들이 모여있는 예결위 회의장으로 돌아갔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가부간에 처리키로 했다"며 표결 참여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정 의장은 11시43분께 "한국당이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10분만 더 기다려보겠다"고 최후 통첩성 발언을 날렸다.
이윽고 재적 의원 수가 한두 명씩 늘어 11시44분께 의결정족수에 1명이 모자라는 149명을 채웠다. 이윽고 재적 의원 수가 한두 명씩 늘어나면서 본회의장 전광판의 숫자가 변하기 시작했다.
또 11시49분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몰려들어 곧바로 표결이 진행됐고, 정 의장은 11시54분 재적의원 179명에 140명의 찬성으로 추경안이 통과됐다고 선포했다. 표결 개시를 선언한 지 딱 63분만이었다.
표결에 앞서 진행된 한 시간 가량 찬반 토론은 내내 여야 간 고성이 난무, 표결 진통을 예견케 했다.
마지막 순서로 연단에 선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정부 추경안을 일컬어 '사회주의 계획경제'라고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색깔론 펴지 마라"고 반박하는가 하면 '최순실'과 '박근혜'를 거론하며 퇴장을 요구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토론발표에서 "자유한국당은 국민, 국민 할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일을 하라"고 했다가 한국당 의원들로부터 "역시 3중대"라는 야유를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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