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 우호적, 사우디와는 갈등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카타르 단교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중동을 순방한다.
중동의 정치·종파간 반목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존재감을 넓히곤 했던 터키의 '줄타기 외교 전략'의 면모가 다시 한 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터키는 종파적으로는 이슬람 수니파지만 혈통이 아랍계가 아닌 탓에 주류 아랍 수니파의 '구속력'에서 벗어나 있다. 이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주류 아랍계와 적대적인 이란과도 밀접한 경제·안보 관계를 맺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단교 사태의 직접 당사국인 사우디를 먼저 찾아 살만 국왕, 모하마드 빈살만 제1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과 만난다.
이어 단교위기의 중재자로 나선 쿠웨이트를 방문,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 군주(에미르)를 만난 뒤 카타르에서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군주와 정상회담한다.
터키는 이번 단교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카타르에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 등 아랍권 4개국은 카타르에 터키와 군사 협력을 중단하고 카타르 내 터키군 기지 설치 계획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카타르와 터키는 이를 일축했다.
사우디 등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양국은 단교 선언 이후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터키는 단교로 식품 수입 통로가 막힌 카타르에 신선식품과 유제품을 공급했다.
터키는 더 나아가 단교 사태가 군사적 충돌로 확대하지 않도록 사우디에도 자국군을 파병하겠다고 제안해 사우디를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이달 12일엔 양국 국방장관이 전화로 군사 부문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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