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만으로도 직원 평균 연봉의 22배
고액성과급 금융권 중 증권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져
(서울=연합뉴스) 이 율 홍정규 기자 = 금융권 CEO들이 지난해 수십억 원대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연내 금융회사들의 단기성과 중심의 고액성과급 지급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서면서 이런 관행에 변동이 생길지 주목된다.
23일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사장은 지난해 보수총액 26억8천만원 중 성과급이 80.6%인 21억6천만원에 달해 금융권 주요 회사 중 가장 많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0회계연도부터 성과급을 이연했고, 2012회계연도부터는 50% 이상을 주가연계로 지급했다면서 이번에 지급한 성과급에는 2012∼2015 회계연도 성과급 이연분을 합친 금액으로 주가연계에 따른 주가상승분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 사장에게 보수총액과 별도로 보통주 290만주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도 부여했다. 행사가격은 4천380원이고, 행사 기간은 2020~2024년이다. 모두 행사한다고 가정하면 127억원 상당이다.
최 사장의 성과급은 같은 기간 이 회사 직원 1인당 평균 연봉(9천900만원)의 22배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고 있는 '고액성과급'은 전 금융권 중 증권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윤경은 KB투자증권 사장은 2016회계연도 보수총액이 27억200만원이나 돼 최희문 사장을 능가했으며, 이중 포상금을 포함한 성과급이 2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회사가 연결기준 2014회계연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2015회계연도에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해 매각 추진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공로로 지급한 포상금 14억 원과 성과급 6억원 등이 포함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보수총액 24억2천100만원 중 성과급이 12억5천500만원에 이르렀다. 이 중 3억990만원은 이연된 장기성과급이었고, 12억5천460만원은 4년 연속 업계 최고의 우수한 실적을 기록해 받은 단기성과급이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보수총액 19억8천400만원 중 성과급이 단기성과급 2억4천400만원과 지난 4년간의 장기성과급 12억8천만원 등 모두 15억2천400만원에 달했고, 김원규 NH투자증권[005940] 사장은 보수총액 8억900만원 중 성과급이 4억8천300만원이었다.
홍성국 미래에셋대우[006800] 전 사장은 보수총액 15억5천900만원 중 1억5천100만원을,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보수총액 24억2천만원 중 3억원을 각각 성과급으로 받아 상대적으로 성과급이 낮은 축에 속했다.
보험업권도 보수 대비 성과급이 많은 축에 들었다.
은행·카드·보험업권 연봉킹인 정몽윤 현대해상[001450] 회장은 보수 21억6천300만원 중 변동보수를 포함한 성과급이 9억6천400만원에 달했다.
삼성화재[000810] 안민수 사장은 보수 15억3천700만원 중 성과급이 6억9천600만원, 삼성생명[032830] 김창수 사장은 14억7천500만원 중 성과급이 4억9천800만원이었다.
코리안리[003690] 원종규사장은 보수 10억5천200만원 중 성과급이 2억4천300만원이었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은 것은 삼성카드[029780] 원기찬 사장이었다.
지난해 보수총액 14억6천200만원 가운데 성과급이 6억4천400만원이었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연봉은 17억2천100만원이며, 성과급으로는 4억3천900만원을 받았다.
은행권 3대 지주인 신한·KB·하나지주 회장은 모두 10억원 이상의 연봉 중 성과급이 절반 가까이 됐다.
한동우 전 신한지주[055550] 회장은 15억7천200만원 중 성과급이 8억3천800만원에 달했다. 단기성과급 3억9천800만원, 장기성과급 2억3천600만원, 장기성과연동형 주식보상금 2억400만원 등이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연봉 13억2천100만원 중 장·단기성과급이 6억3천700만원이었고,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윤종규 회장은 10억2천400만원 중 단기성과급이 3억4천100만원이었다.
4대 시중은행과 씨티·SC제일 등 외국계 시중은행장 중에는 씨티은행 박진회 행장이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
박 행장은 연봉 9억8천만원 중 성과급이 절반이 넘는 5억5천900만원에 달했다.
장기성과급 3억5천700만원과 씨티그룹 주식 5천279주는 지급이 이연됐다.
신한은행의 조용병 전 행장(현 신한지주 회장)은 연봉 9억8천500만원 중 성과급이 2억1천800만원,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9억2천900만원 중 성과급이 2억3천만원이었다.
우리은행[000030]의 이광구 행장은 6억7천400만원 중 3억1천400만원, SC제일은행의 박종복 행장은 5억8천300만원 중 1억4천800만원을 각각 성과급으로 받았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