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총리, 불쾌감 피력 "위협 수용 안해…연대 요구할 권리 있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난민 수용 요구를 거부해온 동유럽 4개국이 아프리카발 유럽행 난민의 최대 관문인 이탈리아에 항구 봉쇄를 집단으로 압박하며 양측의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22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21일 자국을 비롯한 비셰그라드 4개국 정상이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에게 항구를 닫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속해 있는 비셰그라드 그룹은 역내 수용된 난민들을 회원국에 골고루 분산 수용하려는 EU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대표적 나라들이다.
EU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수용된 16만 명의 난민을 역내 국가에 분산시키려 하고 있으나 동유럽과 중부 유럽 국가들의 비협조로 지금까지 2만 명만 분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
비셰그라드 그룹 정상들은 젠틸로니 총리 앞으로 발송한 편지에서 "난민을 수용하는 난민센터는 유럽연합(EU) 바깥에 만들어져야 한다"며 난민 문제가 리비아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이탈리아가 난민들이 유입되는 항구를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편지는 "전쟁과 내전 등을 피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들은 유럽에 도착하기 전에 경제적 목적에서 이주하는 이민자들과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반 총리는 "우리는 지중해를 건너 쏟아져들어오는 난민들로부터 우리 국경을 지킬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에는 군사적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편지의 수신인인 젠틸로니 총리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젠틸로니 총리는 "우리는 EU 동료 국가들의 위협이나 지적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주변국, 유럽의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들에게 연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응수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우리는 단지 우리의 의무를 다할 것이며, 유럽 다른 나라에게도 어쭙잖게 가르치려 들지 말고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탈리아에는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9만3천369명의 난민이 도착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들어온 난민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올 들어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한 난민 11만1천514명 가운데에는 85%가 이탈리아를 목적지로 선택했다.
한편, '나홀로' 난민 수용을 더는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EU 차원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최근 알프스 산맥을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맞댄 오스트리아와 난민 문제로 갈등을 빚은 데 이어 동유럽 국가들의 공격까지 받으며 외교적으로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서 20일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은 20일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섬에 도착한 난민들을 이탈리아 본토로 이송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탈리아와의 접경 지대인 브레너 국경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