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히딩크' 김신환 "한국과 무승부, 마음 무거워"

입력 2017-07-23 05:22  

'동티모르 히딩크' 김신환 "한국과 무승부, 마음 무거워"

AFC U-23 챔피언십 예선서 0-0…"한국팀 잘하지만 정신력 아쉽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국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이 지난 21일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약체' 동티모르에 득점 없이 비겼다.

성인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인 우리나라와 196위인 동티모르의 무승부는 우리 입장에선 '참사'이고 동티모르 입장에선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한국에 참사를 안긴 김신환 동티모르 U-22 대표팀 감독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동티모르로서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성인팀이 한국 같은 강팀을 상대로 거둔 무승부라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그러나 "나로서는 마음이 무겁다. 어차피 동티모르는 본선에 진출하지도 못할 텐데……"라며 조국에 안긴 무승부에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동티모르가 한국만큼 잘해서 비겼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한국 선수들이 더위나 잔디에 적응을 잘 못한 것 같다"며 "한국전 앞두고 동티모르 선수들에게 골을 많이 먹지 말라고 독려했는데 의외로 열심히 뛰어주었다"고 말했다.

영화 '맨발의 꿈'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동티모르 히딩크' 김 감독은 오랜 식민지 생활과 내전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동티모르에 '축구 열풍'을 불러온 인물이다.

축구선수 출신인 그는 2001년 처음 사업 기회를 찾아 동티모르에 갔다가 맨발로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 축구를 가르치게 됐고 이후 축구 불모지에 가까웠던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는 놀랍도록 성장했다.

2013년 경주에서 열린 U-12 대회에서 포르투갈 유스팀을 꺾고 우승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기적 같은 성과도 잇따라 만들어냈다.

지난해에는 동티모르에서 성인 리그가 생기면서 김 감독은 건국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나나 구스마오 전 대통령이 구단주로 있는 SNB도 이끌고 있다.

유소년대표팀 감독인 그는 동티모르에서 A급 자격증을 가진 지도자가 없는 탓에 한 달 전에 U-22 대표팀도 맡게 됐다.

김 감독은 "나이는 자꾸 들어가는데 할 일이 많아진다"며 웃었다.






베트남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 선수들도 대부분 김 감독이 어릴 때부터 지도한 선수들이다.

그 중 코르넬리오 나학 포르텔라(16) 선수는 경주대회 우승 이후 스페인 말라가 유스팀에 스카우트돼 뛰고 있을 정도로 김 감독과 축구를 만나 인생이 뒤바뀌었다.

한국을 상대로 이긴 것 같은 무승부를 거뒀지만 김 감독은 한국 U-22 대표팀에 대해 "평균적으로 다 잘 한다"며 "정정용 감독도 아주 유능하고, 후배지만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칭찬했다.

다만 "정신적으로 좀 약해서 죽기 살기로 덤비는 팀하고는 고전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우리나라는 베트남과, 동티모르는 마카오와 23일 한 경기씩을 남겨뒀다.

첫 상대인 베트남에 0-4로 진 김 감독은 "베트남이 소집도 일찍 하고 준비를 아주 많이 한 것 같다"며 "그러나 동남아 선수들의 특징대로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무난히 승리해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무1패로 이미 본선 진출이 힘들어진 동티모르는 최약체 마카오를 상대로 골을 한 번 넣어보려고 한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김 감독은 동티모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 있어 대한축구협회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한국가스공사가 전지훈련 장소를 제공해주는 등 조국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거듭 표현하기도 했다.

동티모르 U-19 대표팀 감독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AFC U-19 챔피언십 예선에서 같은 조 한국과 다시 한 번 맞붙는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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