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아마존의 '클라우드 왕좌'에 도전하는 MS

입력 2017-07-23 09:25  

<실리콘밸리 리포트> 아마존의 '클라우드 왕좌'에 도전하는 MS

"수익-투자-고객 확대 선순환 구조의 아마존 절대 강세 당분간 이어질 것"

MS 나델라 CEO "클라우드는 시애틀 레이스"…수년간 1, 2위 구도 지속 관측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컴퓨팅 임대업이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10년쯤 전 아마존과 오라클 등이 처음 시작한 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뒤늦게 합류했다. 이들은 처음엔 자신들의 웹사이트와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 개발자와 대기업들이 이들 기업의 인프라를 임대하기 시작한 것이 클라우드 사업이 번창하게 된 계기가 됐다.

개발자나 기업들은 자체 서버 없이도 아마존이나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해 훨씬 저렴하고 우수한 성능의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체 서버가 없어서 별도의 유지 관리비가 들지 않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현재 이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의 절대 강자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06년 출범해 지난해 매출이 120억 달러(13조4천300억 원)를 기록하는 거대 사업으로 성장했다.

AWS의 성공에는 제프 베저스 CEO의 탁월한 안목도 있었지만, 운도 함께 작용했다. 초기 아마존의 AWS는 간단한 웹사이트를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어 하던 소규모 개발자들의 놀이 공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험용 앱과 단순한 사이트들이 급성장하면서 클라우드 임대 수익이 엄청나게 늘었고, 이는 아마존에 더 좋은 클라우딩 서비스를 위한 투자 여력을 가져다줬다. 바로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슬랙 등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들이 초기 소규모 개발자로 시작해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아마존 고객이다.

초기 고객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서 아마존은 더 많은 기능과 고성능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인기 있는 앱과 사이트들이 자발적으로 AWS로 몰려드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현재 AWS의 주요 고객으로는 컴캐스트, 헤스(Hess), 미 중앙정보국(CIA) 등이 있다.


AWS의 앤디 제시 CEO는 1년 전 클라우드 사업이 아마존에서 가장 큰 단일 사업부문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아성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MS는 아마존이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2010년이 돼서야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를 출범시켰다.

당시만 해도 MS는 물론, 모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클라우드 사업을 일시적 유행, 또는 참신한 아이디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고 한다.

MS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은 자사의 가장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인 윈도 서버와 SQL 서버의 고객이 AWS로 넘어가고 있음을 눈치챈 이후였다.


이후 MS는 클라우딩 사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클라우드 사업을 책임지고 있던 사티야 나델라가 2015년 MS의 CEO직에 오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지난 21일 실적발표에서 MS 애저는 전 분기 대비 97%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이제 MS의 매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윈도나 하드웨어 기기가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이 된 것이다.

한때 스티브 발머 전 CEO로부터 '암', '공산주의'로 매도당했던 무료 오픈소스 코드 리눅스 역시 이제는 애저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MS의 최대 강점은 기업의 노하우와 확립된 고객 기반"이라면서 "기존 윈도 OS 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MS가 AWS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과 G메일, 유튜브 등을 호스팅하는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구글도 클라우드 사업에 2008년부터 뛰어들어 수익성 높은 기업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구글은 이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 '실리콘 밸리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지닌 다이앤 그린 전 VM웨어 창업자를 영입했다.


이후 그녀는 닌텐도, 홈디포, 코카콜라, 스포티파이 등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아마존이나 MS에 비하면 아직 매출 규모는 초라하다. 아마존의 뒤를 쫓는 MS가 아마존 클라우드 매출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구글은 2위 MS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IT 거대 기업들과는 달리 본사가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다.

이 때문에 MS의 나델라 CEO는 클라우드 업계의 경쟁을 '시애틀 레이스'라고 칭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이 3자 대결구도를 형성해 보려 했지만, 대부분 낙오하거나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다.

초기 클라우드 제공자들인 고대디, 랙스페이스, VM웨어 등은 모두 백기를 들었다. 아마존과 경쟁하는 것은 너무 큰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IBM과 오라클, 세일즈포스닷컴 등이 특수 기업 분야나 특정 지역에서 아마존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마존과 MS가 향후 몇 년간 1,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포레스트 리서치의 데이브 바톨레티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싸움은 3등 다툼"이라면서 "향후 몇 년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마존을 따라잡을 잠재력을 지닌 유일한 기업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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