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관련, 대통령 사면권 행사를 공론화하자 법률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23일 보도했다.
미국의 대통령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다. 헌법 제2조 2항 1절은 대통령이 범죄에 대해 형 집행을 유예하거나 사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탄핵은 예외로 하고 있다.
대통령은 실제로 형량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사면이나 감형을 해줄 수 있으며 범죄에 대한 용서를 공표하기 위해 완전 사면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맥락에서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이나 가족에 대해 사면을 함으로써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를 제한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사면은 가능할까? 간단하게 답한다면 누구도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 중에서는 그런 사면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사임하기 며칠 전 "자기 사건에 자기가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규정"이라는 미국 법무부의 의견을 인용해 셀프 사면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헌법이 셀프 사면을 못 하도록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셀프 사면 가능 여부를 놓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 사면을 강행한다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조너선 털리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법대 교수는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사면한다면 '권력 남용'이라는 심각한 문제 제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핵은 정치적 절차이며 따라서 사면한다고 해서 적대적 입장을 가진 의회가 탄핵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좌절시킬 수는 없다.
미국의 법대 교수들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을 사면한다면 자신은 사법방해 혐의를 덮어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 사면을 한다면 합헌성 등을 놓고 논란이 커질 것이며 위헌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사면을 받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을 꼽을 수 있다. 그의 후임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지난 1974년 미국의 전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했다가 연임에 실패하는가 하면 논란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마약 소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복동생과 사기와 탈세 혐의로 스위스로 도피한 억만장자 금융인 마크 리치 등을 퇴임 직전 사면하면서 '사면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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