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의결정족수 미달로 한때 출렁했던 본회의 투표 결과는 찬성 140명, 반대 31명, 기권 8명이었다.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만이다. 추경 규모는 11조333억 원으로 정부 안(11조1천869억 원)보다 1천536억 원 축소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중앙직 공무원 증원 규모도 정부가 제시한 4천500명에서 2천575명으로 42.8% 줄었다. 국회는 추경안에 포함됐던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 원도 전액 삭감하고 대신 예비비에서 지출키로 했다.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많이 지연되면서 추경의 신속한 집행 효과는 상당 부분 퇴색하게 됐다. 공무원 증원 숫자가 거의 반 토막 난 것도 정부와 여당에는 못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가 완강했던 초반 상황을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여야 합의의 모양새를 갖춰 통과된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추경안이 통과되자마자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추경 재원을 풀기로 했다. 추경안이 국회에서 지체된 만큼 집행은 최대한 신속히 하려는 것 같다. 다행히 이번 추경 재원은 초과 세수로 마련된다. 그래서 재원을 조달하는 시간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이번 추경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 생활 보호에 중점을 두고 편성됐다"며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조기 배정계획에 따라 추경이 제때 집행되고 본래의 취지에 맞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계속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추경이 풀리면 최악의 상황으로 여겨지는 고용시장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2%포인트 높은 10.5%까지 치솟아 6월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사정이 나아지면 서민 소득이 개선되면서 내수 회복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 선순환의 '마중물 효과'이다. 이번 추경 집행으로 이런 선순환 사이클이 돌아가면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0.2%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금주로 예정된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작년 말 2.6% 전망)로 올릴지도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이번 추경 심사를 두고 '80억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반기 공무원 채용 예산으로 추경에 들어간 '80억 원'을 놓고 여야가 막판까지 기 싸움을 벌였다. 전체 추경예산과 비교하면 '80억 원'은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는 컸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자리 추경은 문재인 정부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다"며 "야 3당이 여소야대의 힘으로 집권여당을 굴복시키려 하지만 일자리가 빠진 추경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추경안 심사에 임하는 민주당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야당은 세금으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사회주의식 계획경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80억 원은 추경 대신 예비비에서 쓰고, 공무원 채용 및 인력구조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런 결과가 과거 양당 체제에 비춰보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다당 구도에서는 자연스러운 이견 절충방식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는, 여소야대 구도에서 국정을 풀어갈 새로운 협치 구도를 찾는 게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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