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여보, 당신 유언대로 더 아픈 사람을 위해 기부할게요."
3년 전 암 투병 끝에 사별한 아내가 남기고 간 쌈짓돈을 아내의 유언에 따라 더 아픈 이웃을 위해 내놓기로 한 80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노인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낳고 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최만식(88) 씨가 부산 사하구의 자택에서 따뜻한 기부에 나설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최 씨는 100여 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3년 전 암 투병을 하다가 숨진 최 씨의 부인 서정남(사망 당시 80세) 씨가 남기고 간 돈이다.
부인 서 씨는 후두암과 간암, 당뇨합병증으로 손가락과 발가락 10개를 잘라야 하는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에도 "더 아픈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남기고 떠났다.
최 씨는 "아내가 숨지기 3일 전 저고리 안 흰 봉투에 넣어놨던 수표와 지폐, 반찬통 안에 보관하던 1원과 100원짜리를 모두 기부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돈을 받은 최 씨는 3년간을 망설이다가 이제야 유언을 지키게 됐다고 털어놨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자신 역시 방광암을 앓으며 어려운 생활을 하던 최 씨에게 기부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결국 아내의 유언을 지키게 됐다.
최 씨의 아내 사랑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 씨는 25세 때 마을 어른의 소개로 아내와 만났다. 한때 부산 사상공단에서 가죽공장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기도 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부부는 서로 의지하고 다독이며 살았다.
18년 전 아내가 병을 얻은 뒤부터는 꾸준히 병시중을 해왔다.
최 씨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아내를 위한 시나 노래 가사, 편지를 써 벽면에 사진과 함께 붙여놓고 아내를 그린다.
최 할아버지는 "할마이 유언대로 했제"라며 "내가 갈 때까지 하늘에서 꼭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게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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