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쓴 비키니 여성' 논란으로 본 한류의 숙제

입력 2017-07-24 11:46   수정 2017-07-24 15:40

'히잡 쓴 비키니 여성' 논란으로 본 한류의 숙제

'죽어야 사는 남자' 이슬람 희화 논란에 사과·재편집

개그 프로그램도 논란 이어져…"타 문화 묘사 더욱 신중해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니스커트·배꼽티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 여성의 영상이 퍼지면서 발칵 뒤집혔다.

이 여성은 결국 석방되기는 했지만 이 일로 체포됐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시행되는 사우디에서 여성은 집 밖으로 나갈 때 아바야(검은 통옷)와 히잡을 써야 한다. 여성은 운전도 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9일 시작한 MBC TV 수목극 '죽어야 사는 남자'가 히잡 쓴 여성이 비키니 차림으로 수영장에 누워있는 모습을 내보냈다가 혼쭐이 났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이외에도 주인공이 코란 옆에 발을 올리며 앉아있는 모습, 한국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에서 절을 안 하고 거만하게 서 있는 모습 등이 이슬람 문화를 비하하고 희화화한다는 논란을 낳았다.

'문제'의 장면들은 드라마에 잠깐씩 등장했지만, 이를 불쾌하게 느낀 시청자는 많았다. 제작진은 결국 21일 공식 사과문을 드라마 홈페이지와 SNS에 올렸다. 한글과 영어, 아랍어의 3개 언어로 올렸는데 특히 제작진이 방점을 찍은 것은 아랍어였다.

제작 관계자는 24일 "극중 국가가 중동을 배경으로 하지만 가상의 나라니까 이 정도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시청자 항의를 받고 종교적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반성을 하고 곧바로 사과문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 과정에서 당연히 이슬람권 관계자에게 내용에 대해 자문을 받았고 주인공이 극중 쓰는 언어도 진짜 아랍어다"라면서 "그런데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국가마다 조금씩 허용되는 표현의 수위가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던 측면이 있다. 같은 이슬람권이라도 나라마다 온도차가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향후에는 좀더 엄격하게 감수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사과문과 함께 문제가 된 장면들을 주문형비디오(VOD)에서 바로 삭제했다.

'죽어야 사는 남자'의 이번 논란은 한국 드라마가 더는 국내 시청자만을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다. 소위 말하는 한류스타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죽어야 사는 남자'를 본 해외 시청자가 많았고, 특히 멀게만 느껴졌던 이슬람 문화권 시청자들도 한류 드라마를 관심 있게 보고 있음을 새삼 보여준 것이다.

한류의 큰 시장이었던 일본이 예전만 같지 못하고, 대안으로 떠올랐던 중국은 아예 문이 닫힌 현재, 한류는 생존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뚫어야 한다. 동남아와 미주 시장이 인터넷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 부상하고 있고, 유럽과 이슬람 문화권도 개척해야 할 시장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감각'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는 한류 콘텐츠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다. 인종 비하, 타 문화에 대한 몰이해나 희화화는 한류의 세계화를 위해서가 아니어도 시정돼야 하는 문제인데, 하물며 한류를 수출하겠다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당연히 신경 써야 한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죽어야 사는 남자'가 보여줬다.





개그프로그램에서는 이같은 논란이 잊을 만 하면 나와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4월 SBS TV '웃찾사-레전드매치'는 한 개그우먼이 피부를 검게 칠하고 파와 배추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분장한 채 무대를 꾸며 '흑인 비하' 논란을 낳았다. 더 한심했던 것은 이에 대한 비난이 일자 다른 개그맨이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SNS에 글을 올린 것이었다.

그에 앞서 2014년 KBS 2TV '개그콘서트'는 '만수르'라는 코너에서 '무엄하다드'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선보였다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희화화한다는 지적에 해당 캐릭터의 이름을 아예 호명하지 않는 것으로 바꿨다.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이 논란으로 해외 팬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고,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좀 더 공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그콘서트'는 이듬해 '명인본색'이라는 코너에서 일본인 희화화를 소재로 삼아 또다시 빈축을 샀다. '웃자고 하는 일'이라는 미명하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문화와 인종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진정한 한류의 세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죽어야 사는 남자' 홈페이지의 누리꾼 'su****'는 "코믹 드라마라는 콘셉트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한국인으로서 이런 안타까운 실수는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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