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혁신선언문' 발표…이념·조직·인적혁신 분과위 개설
홍준표 "양쪽 눈으로 세상 봐야"…혁신위에 주문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앞으로 자유한국당의 기존 당원들은 물론이고 정치 신인들도 당이 개설하는 '정치학교' 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한국당 혁신위는 24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지난 19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전체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혁신위 이옥남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 정치학교 설치 및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앞으로 기존 당원과 정치 신인들도 정치학교 과정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학교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전직 대통령 등 현대사 문제, 보수 이념 정립 등을 다룰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당이 진보 진영에 비해 이념적 기반이 부실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처방'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혁신위는 이념·조직·인적 혁신 등 3개의 분과위원회를 나누고 위원들의 전문성을 살려 혁신 과제들을 해결하기로 했다.
당 홈페이지에는 당 혁신에 관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메일 창구도 개설한다.
혁신위는 현재 당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분석·평가하고 당의 현주소를 파악, 혁신위의 활동 당위성과 목표·철학 등을 담은 '혁신선언문'을 이번 주 내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변인은 "그동안 회의에서 우파 정당의 위기를 진단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며 "한국당이 가치 지향적인 정당이 아니라 권력과 이익을 고수하는 이익집단 양상으로 흐르면서 오늘날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해서는 위원들의 개별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혁신위 차원에서 논의한 바는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외부 인재영입은 향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원 10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 진행됐다.
홍준표 당 대표는 혁신위원들에게 좌우와 중도를 아우르는 쇄신을 주문했다.
홍 대표는 임명장 수여식 직후 "우파·좌파·중도적 시각에서 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리하는 것이 혁신"이라며 "오른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은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는 류석춘호(號) 혁신위가 인적 구성 등에서 지나치게 우편향 된 것이 아니냐는 당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류 위원장이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태극기 집회 열성 참석자'로 규정한 바 있고, 임명된 10명의 혁신위원들이 우파 인사로 치우쳤다는 평가까지 더해지면서 혁신위의 '우향우' 쇄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기에 탄핵 과정에서 잘잘못을 따지겠다는 책임론까지 나오면서 올 초 옛 새누리당이 분당할 당시의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간 갈등이 재현될 조짐까지 보였다.
홍 대표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혁신을 하면서 우리가 '수구 보수'가 됐다는 말을 들으면 바로 문제가 커진다"며 "양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전반이 혁신 대상인데 과거처럼 (혁신위 결정을) 의원총회에 회부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혁신위에서 논의된 안건은 전부 최고위에서 수용·결정하겠다"며 전권을 맡긴 혁신위에 힘을 실었다.
이날 혁신위 임명장 수여식에는 한 남성이 갑자기 등장해 "일베 뉴라이트 류석춘 위원장님, 일베정신으로 자유한국당에 돈을 얼마나 받아먹었습니까"라고 고함을 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사에서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만나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한 시민단체 주최 토론회에서 '철학 없는 국회의원'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정우택 원내대표 등을 "보수정당의 정체성이 없는 인물들"이라고 거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류 위원장에게 "야당 안도 좋은 게 있으면 (같이) 하는 것이니 철학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잘 봐주십시오. 우스갯소리 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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