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와 링크스 코스 적응 유리해 톱랭커 대거 참가
유소연·쭈타누깐·리디아 고·펑산산도 출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인경(30)은 감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김인경뿐 아니라 최운정(27), 김효주(21), 그리고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오는 27일(한국시간)부터 나흘 동안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코스(파72)에서 열리는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이하 스코티시 여자오픈)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1986년부터 치러져 여자 프로 골프 대회치고는 꽤 역사가 깊다. 하지만 작년까지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지금까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대회였지만 올해부터 LPGA투어 대회로 신분이 격상됐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도 LET 대회에서 LPGA투어 대회로 바뀌면서 메이저대회까지 올라섰고 호주여자오픈, 뉴질랜드 여자오픈도 LET 대회에서 LPGA투어 대회로 바뀐 경우다.
스코티시 여자오픈은 LPGA 투어에 편입되면서 우승 상금도 지난해 7만5천 파운드(약 1억885만원)에서 22만5천 달러(약 2억5천만원)으로 두 배 넘게 많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대회 출전 선수의 수준이 확 뛰었다.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5명이나 출전한다. 1위 유소연(27)뿐 아니라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4위 리디아 고, 7위 펑산산(중국), 8위 박인비(29)가 초대 챔피언에 도전한다.
김세영(24), 크리스티 커(미국), 이민지(호주), 허미정(28) 등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도 여럿이다.
게다가 직전 대회 챔피언 김인경까지 가세했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노림수는 이어지는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대비한 링크스 코스 적응이다.
이 대회가 끝나면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열린다.
스코티시 여자오픈 개최지 던도널드 링크스와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유치한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는 둘 다 전형적인 해안가 링크스 코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골프장은 자동차로도 3시간이면 닿는 거리다.
시차와 아무래도 낯선 링크스 코스 적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최근 부진에 빠진 쭈타누깐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브리티시여자오픈 타이틀 방어를 앞두고 코스 적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은 해안가 링크스 코스가 아니라 내륙 골프장에서 치러졌다.
1년이 넘도록 우승이 없는 리디아 고 역시 쭈타누깐과 같은 계산으로 출사표를 낸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대회 승수 추가를 이번 목표로 내걸었지만, US여자오픈에서 컷 탈락의 충격을 당한 뒤 마라톤 클래식을 쉰 박인비도 브리티시여자오픈 준비에 주안점을 뒀다.
관전 포인트는 역시 한국 선수 3주 연속 우승 여부다.
사기가 오른 김인경은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 고지를 노린다. 박인비는 유소연(27)과 김인경에 이어 이번 시즌 세 번째 다승자 대열 합류에 도전한다.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유소연도 US여자오픈 이후 1주일 휴식을 마치고 시즌 3승을 겨냥한다.
김세영 역시 시즌 2승 고지를 밟은 뒤 브리티시여자오픈으로 건너가겠다는 복안이다.
김효주와 최운정, 허미정은 우승 물꼬를 튼다는 각오다.
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정상에 오른 노장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의 텃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대비해 코스 적응보다는 체력 비축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 박성현(24), 전인지(23), 양희영(28), 그리고 렉시 톰프슨(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 등은 이번 대회에 빠졌다.
LET와 공동주최라 LPGA투어 출전권이 없는 유럽 선수들이 대거 나서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은 LPGA투어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 말고도 솔하임컵 유럽 대표 선발 포인트가 걸려 있어 각오가 남다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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