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이혼소송에 앞서 조건 교환하며 합의점 찾으려는 시도
재벌·연예계, 바로 재판 제기 대신 '조정 통한 해결' 선호 경향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한 사실이 24일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은 2015년 말 한 언론사에 자필 편지를 보내 노 관장과의 불화,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시 최 회장은 편지에서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노소영 관장과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고 털어놓으며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노 관장은 당시 최 회장과의 이혼에 반대 뜻을 나타냈다.
노 관장은 한 언론을 통해 "모든 것이 내가 부족해서 비롯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내 남편"이라며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으로선 더는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보고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정식 이혼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조정을 신청한 것은 일단 양측이 협의를 통해 최대한 합의를 도출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둘 사이에 자녀가 있는 데다 '재벌가의 이혼'이란 사안의 성격상 정식 재판으로 가면 법적 다툼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나 표면적으로는 최 회장이 자신의 내연 관계를 고백한 상태라, 정식 소송으로 다투게 될 경우 유책 배우자의 지위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영희 전 대한변협 대변인은 "재판으로 갈 경우 노 관장이 끝까지 반대하면 이혼을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니 조정 절차를 거쳐 변호사들이 합의해 빨리 끝내자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통상 바로 재판을 통한 이혼이 '경착륙'이라면 조정 신청을 통한 이혼은 '연착륙'에 해당한다. 곧바로 재판에서 치열한 다툼을 주고받기보다 조정을 통해 위자료나 여러 요구사항을 놓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서다.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들을 통해 조정이 이뤄진다는 점도 재벌가나 연예인 등의 이혼 때 조정 신청이 선호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이혼에는 합의했지만,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문제 등을 놓고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주로 조정 절차를 밟는다는 점을 고려해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이혼에는 합의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박 전 대통령 측에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노 관장으로서도 더는 가정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이혼에 반대할 수만은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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