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종교시설 분향 놓고 "대기오염 vs 문화" 설전

입력 2017-07-25 07:00  

대만, 종교시설 분향 놓고 "대기오염 vs 문화" 설전

당국 분향 양 줄이기 캠페인에 종교시설 관계자들 '가두시위'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교 사당이나 불교 사원에 마련된 향로에서 한 움큼씩의 향이 타는 모습은 중국이나 대만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낯익은 모습이지만 요즘 대만에서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교 사당과 불교 사원이 3만 개 이상에 달하는 대만에서는 평소에도 많은 사람이 사당이나 절을 찾아 분향한다. 참배객들은 여러 개의 향을 태우거나 실물 대신 종이로 만든 돈을 태워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에 행복과 가족의 건강 등 여러 소원을 빈다.

그런데 이런 종교시설 주변의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인근 주민들로부터 지난 1년간 3천여 건의 진정이 환경 당국에 접수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사당과 절, 일반 시민 등을 상대로 절이나 사당의 향로에 바치는 향(線香)의 수를 줄이자고 호소하고 있다.




대만은 옥외활동에 바람직한 기준으로 1㎥당 PM 2.5 농도를 35㎍ 이하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사당과 절 주변의 농도는 이를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당국에 따르면 타이베이(臺北) 시내에 있는 한 절의 경우 3개이던 향로를 1개로 줄이자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453㎍이던 PM 2.5 농도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당국이 PM 2.5 농도를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자 사당과 절 관계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대만의 오랜 전통문화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23일에는 전국 100여 개 종교시설 관계자들이 타이베이(臺北) 중심가에 모여 시위행진을 벌이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분향은 오래된 문화다. 신앙을 지키고 향문화를 지키자"고 쓴 머리띠를 두르거나 깃발을 들고 총통부 앞까지 행진하면서 분향문화가 끊어지지 않게 하자고 호소했다.

시위에 참가한 대만 남부의 한 도교 사당 관계자는 "분향은 신과 소통하는 중요한 도구"라면서 "오랫동안 계속돼온 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사당 근처에서 일하는 한 남성은 "분향을 해야 신이 지켜준다고 생각한다"면서 "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태우는 향의 양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한 남성은 "대만에는 사당이 많아서 1년에 태우는 향의 양도 엄청나다. 시대 흐름에 맞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NHK에 따르면 대만에는 3만 개 이상의 도교 사당과 불교 사원이 있다. 이 중에는 여러 신을 모시는 곳도 많아서 참배객들은 각각의 신에게 향을 바치기 위해 여러 개의 향을 태운다.

향로 하나에 향 3개를 바치는 관습이 있어 향로를 여러 개 설치한 시설에서는 한번 참배하는데 10개 이상의 향을 태우기도 한다.

대만의 향은 손으로 잡거나 향로에 꽂기 위해 아래쪽에 불에 타지 않는 부분이 붙어 있지만 타는 부분의 길이가 30㎝ 정도나 되는 긴 것도 있다. 또 신에게 바치는 돈을 대신해 종이를 태우는 관습도 있다.

이런 관습이 대기오염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자율적으로 향로 수를 줄이는 종교시설도 나오고 있다. 하루 3천 명 이상의 참배객이 찾는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도교 사당 바오안궁(保安宮)은 원래 18개이던 향로를 천천히 줄여 현재는 7개를 운영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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