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24억원…10년 연속 시즌 상금 1억원 대기록
출장할 때마다 최다 출장·최다 컷 통과 기록 갈아치워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김보경(30)은 지난 23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천666만 원의 상금을 탄 김보경은 시즌 상금 1억 원을 돌파하고 상반기를 마칠 수 있었다.
1타가 모자랐다면 시즌 상금 9천272만 원으로 상반기를 마칠 뻔했다.
김보경은 이로써 한국여자프로골프 사상 처음으로 10년 연속 시즌 상금을 1억원 이상 번 선수가 됐다.
2005년 데뷔한 김보경은 4년 차이던 2008년 2억2천만 원을 벌어 넉넉하게 '1억원 클럽'에 가입했고 작년 2억9천938만 원을 받을 때까지 한 번도 시즌 상금이 1억 원을 밑돈 적이 없다.
김보경은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보기 드문 장수형(長壽型) 선수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선수는 선수 생명이 아주 짧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데뷔해 잘 나간다 싶으면 미국이나 일본에 진출한다. 해외 투어에 진출할 기량이 아니면 해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신예들에 밀려 투어에서 버티질 못한다.
이런 독특한 구조의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김보경은 10년이 넘도록 경쟁력을 지켰다.
김보경은 신인 때 말고는 한 번도 시즌 상금랭킹 2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평균타수에서도 지난 12년 동안 2014년 딱 한 번 빼곤 16위 밖으로 처진 적도 없다. 2014년 그는 평균타수 26위에 머물렀다.
이렇게 꾸준하게 경쟁력을 유지한 덕분에 웬만한 '장수형' 기록은 다 김보경 몫이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을 아직도 새로 쓰는 중이다.
MY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 출전으로 그가 출전한 대회는 263경기로 늘어났다.
2위 홍란(30)이 254경기로 뒤를 따르고 있지만 따라 잡힐 조짐이 현재로는 없다.
최다 경기 컷 통과 기록도 238경기로 불어났다. 이 기록 역시 동갑 홍란이 2위(226경기)에 올라 있다.
김보경은 컷 탈락이 좀체 없는 선수로 유명하다. 13년 동안 25차례 컷 탈락에 그쳤다. 연간 2차례도 되지 않는다. 올해도 16경기에서 단 한 번 컷을 통과하지 못했을 뿐이다.
누구처럼 줄달음치거나 성큼성큼 걷지는 않았지만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온 김보경은 생애 통산 상금 1위라는 또 하나의 금자탑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보탠 상금을 포함해 김보경이 지금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은 23억9천259만원이다.
26억 2천590만원으로 생애 총상금 1위인 김하늘(29)에 2억3천330만원 차이로 따라붙었다.
메이저대회 4개를 포함해 상금 규모가 큰 대회가 줄줄이 열리는 하반기에 잘하면 넘어설 수 있는 차이다.
김보경은 "평소 거창한 목표는 잘 세우지 않는다. (생애 총상금 1위는) 목표라기보다는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답지 않게 눈을 반짝였다.
사실상 내년 시드를 확보한 김보경은 "올해가 아니라도 내년이면 넘어설 수 있을 듯하다"면서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라고 덧붙였다.
김보경은 올해부터 난생처음 본격적인 스윙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막 은퇴하고 레슨 코치로 변신한 허석호(44)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대로는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는 김보경은 "스윙이 흐트러졌다. 지금까지는 관록과 요령으로 억지로 스코어를 만들었다. 이제는 제대로 스윙을 정비해 다시 뛰겠다"고 다짐했다.
'철녀' 김보경의 새로운 도약이 얼마나 높아질지 하반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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