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꼭 데리러 올게"…김군자 할머니 삶 담은 그림동화

입력 2017-07-24 18:51  

"언니가 꼭 데리러 올게"…김군자 할머니 삶 담은 그림동화

문화살롱 '공', 시작장애 아동 위한 촉각도서 영정에 헌정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언니, 나 다리 아퍼 안 가." "언니, 나 배 아퍼 안 가." 울며불며 구르는 동생을 두고 군자가 달립니다. "언니가 꼭 데리러 올게." 군자의 맑은 눈엔 동생들이 있어요. 고아지만 두 동생과 함께 씩씩하게 살지요. 하지만 혼자서는 어려워요. 살 곳이 없어 춥고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파요.'






23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의 어린 시절 삶을 담은 그림 동화책이 24일 고인의 영정 앞에 헌정됐다.

미술작가들의 모임인 문화살롱 '공'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엮어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 촉각도서로 만든 책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과 꿈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여러 명의 작가가 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3개월간 매주 김군자 할머니를 찾아가 위안부로 끌려갔던 아픈 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리했다.

조각가, 공예가, 글 작가 등 다방면의 작가들이 두루 참여했다.

'공'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엮어 촉각 도서로 제작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12년.

배춘희·이옥선·김군자·강일출·박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5명의 개별 이야기를 담은 5권과 이들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 담은 1권 등 모두 6권을 제작하기 위함이다.






이 작업에 참여한 설치미술작가 문미희(38·여) 씨는 "작년에 배춘희·이옥선 할머니 이야기책 등 3권을 전해 드렸고, 올해 김군자 할머니 이야기책을 포함한 3권을 기증하려고 했는데, 책 나오는 것도 못 보시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씨는 "2012년 경기문화재단의 문화바우처 기획사업의 하나로 작업하게 됐다"며 "위안부 문제에 관해 관심도 있었고 할머니들은 바느질을 잘하시니까 책을 함께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정작 할머니들은 기력이 없으셔서 함께 작업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김군자 할머니는 인터뷰하려고 처음에 찾아갔을 때 '가, 안 해' '사진, 찍지 마' 이런 식으로 단답형으로 말씀해 굉장히 힘들었다"며 "마음을 잘 안 여는 분 중 한 분이셨는데 인터뷰 작업 끝내기 2주 전에야 겨우 속 이야기를 해주셨다. 두 동생을 끔찍이 아끼셨던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문 씨는 "그동안 만든 책 6권을 한 권으로 묶어 인쇄도서로 낼 예정인데 아마도 내년에야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할머니는 16세 때 중국 지린 성 훈춘의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동원됐으며, 3년간의 위안부 생활 동안 7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김 할머니는 1945년 귀국 이후 강원도 철원에서 잠시 머물다가 1998년 이후 '나눔의 집(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서 생활하던 중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해 지난 23일 별세했다.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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