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국정연설서 中에 고마움, 美에 식민시절 고통 표시 '차별'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중국에는 호감을, 미국에는 반감을 다시 한 번 극명하게 드러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직설적인 언행에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필리핀을 자기편으로 서로 끌어당기려는 두 강대국의 처지가 대비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4일 오후 의회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할 때 중국이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파시그 강에 공짜로 다리 2개를 지어주기로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자신의 베이징 방문 때 중국이 필리핀에 대한 자금 지원 의사를 보였다고 거론하며 "필리핀이 새로운 공항들을 지으려고 하는데 중국으로부터 일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중국해의 긴장 완화를 이끄는 양자 대화 기구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며 양국의 친밀감을 과시했다.
이날 국정연설 행사에는 필리핀 주재 각국 대사가 초청됐으며 자오젠화(趙鑑華) 중국대사와 성 김 미국대사도 참석했다.
반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서는 과거 식민시절 미군의 학살사건을 끄집어내며 필리핀에서 가져간 전리품을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사건은 미군이 1901년 필리핀 동사마르 주의 발랑기가 마을에서 주민들의 공격을 받아 부대원 48명이 사망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주민 2천500여 명을 죽인 것을 가리킨다.
미군은 당시 주민들이 공격 신호로 사용한 성당의 종 3개를 전리품으로 가져갔으며 현재 2개는 미국에, 1개는 한국의 미군기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종들은 필리핀 소유로, 국가 유산"이라며 "우리에게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김 미국대사는 무표정한 반응을 보였다.
2014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을 앞두고 이 종들의 반환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졌지만, 미국의 반응은 없었다.
작년 6월 말 취임 이후 '탈미 친중' 외교노선을 걷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중국은 웃지만 미국은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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