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2016년 3월 보도 분석 연구결과…"마법이 된 '환영 문화'"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2015년 독일로 난민이 대거 유입됐을 당시 언론의 무비판적인 난민 편향 보도가 불신과 균열을 키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자이트 수석 편집장 출신 미하엘 할러와 함부르크 언론 학교·라이프치히 대학의 연구진은 2015년 2월∼2016년 3월 독일 전국·지역 매체의 기사 수천건을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진보, 보수 매체에 중점을 뒀지만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대중지 빌트와 온라인 매체의 기사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보고서는 "2015년 가을 늦게까지 난민 유입으로 인한 인구 증가에 대한 우려나 두려움, 반대 입장을 거론하는 사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그와 같은 사설이 있었더라도 설교를 하려 들거나, (반(反) 난민 정서가 강한) 동독에서 나온 경멸하는 논조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언론 보도가 난민 유입으로 정치적 불안이나 소외를 느끼는 보통 사람들과 극우세력의 의견을 구분하려 시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신 "정치 엘리트들의 관점과 슬로건을 채택하는데 급급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결국 2015년 늦은 여름 독일의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온 수십만명의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하기로 결정했고, 독일 언론은 이를 극찬했다.
보고서는 2015년 9월 뮌헨 기차역에 모여든 난민 환영 인파가 새로운 '환영 문화(Willkommenskultur)'의 전형을 드러냈으며, 신문 지면도 환영 문화로 가득 찼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환영 문화는 보통 사람마저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바꿔놓고 난민들에게 선행을 베풀도록 만드는 '마법의 언어'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15년 말 쾰른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등의 남성들이 집단 성범죄를 저지르면서 반전됐다.
언론들은 그제야 난민에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등 회의적인 입장을 전하기 시작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무비판적 보도는 소위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최근 마인츠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55%는 '언론에 조직적으로 속았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약 26%가 '언론과 정치인은 서로 손을 잡고 여론을 조작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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