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측 2010년 성능개량 거론했지만 2014년에야 대책 착수
軍 "미군측에 전력화 1∼2년 연기 요청…작전 무리없도록 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우리 군 당국이 미군의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계획을 2010년 처음 인지하고도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탓에 2020년부터 수년 동안 한미 양국 군의 연합작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미군은 2020년부터 무기체계에 장착하는 피아식별기를 '모드 4'에서 '모드 5'로 성능개량할 방침이지만, 우리 군의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사업 완료 시점은 2021∼2023년으로 잡혀 있다.
피아식별기는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중요한 장비다. 한미 양국 군이 2020년부터 1∼3년 동안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군이 2019년부터 새로 도입하는 무기체계는 피아식별기 '모드 5'를 장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기존 무기체계는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사업이 끝날 때까지는 '모드 4'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한미 양국 군의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시점에 틈이 생긴 것은 우리 군의 늑장 대처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군은 2010년 '한미 지휘통제 상호운용성 회의'에서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계획을 언급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즉각 대책 마련에 착수하지 않은 데 대해 "당시 미국측 언급은 실무협의에서 나온 불확실한 계획으로, 정책으로 확정된 단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2013년에야 미군측에 '정식 문서로 통보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군은 2014년 5월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계획을 공식 통보했다. 피아식별기 '모드 5'는 '모드 4'에 비해 항재밍(전파교란 회피) 등의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미군의 공식 통보를 받고서야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미군의 통보 직후 2015년 3월까지 육·해·공군의 소요를 접수하고 피아식별기 성능개량을 2019∼2021년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군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시점에 맞춘 것이다.
그러나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하게 된 방위사업청은 선행연구를 토대로 사업을 목표 시점에 완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피아식별기 성능개량 완료 시점을 2021∼2023년으로 늦췄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2019년부터 새로 도입하는 무기체계는 피아식별기 '모드 5'를 장착하도록 작전요구성능(ROC)을 수정하고 기존 무기체계 피아식별기의 성능개량이 늦춰짐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군 관계자는 "2019년 이후 들어오는 무기체계는 '모드 5'를 장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기존 무기체계 피아식별기에 관한 문제는 미군측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작년 10월 한미 군사위원회(MCM)에서 미군측에 피아식별기 '모드 5'의 전력화 시기를 1∼2년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올해 MCM을 위한 사전 토의에서도 한미 양국은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세계적 차원에서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미국이 한국측의 요청에 따라 신형 피아식별기의 전력화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미군측이 예정대로 2020년부터 피아식별기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작전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한미연합작전에 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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