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예보 정확도 선진국 수준…기후변화로 예측 힘들어"
"청주 290㎜ 폭우 때 15㎞ 거리 청남대 강수량 0.5㎜"
"정확도 100% 불가능하지만 국민 만족할 때까지 최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초등학교 6학년 막내가 친구들로부터 기상청 예보가 왜 이렇게 틀리느냐고 핀잔을 듣는다고 합니다. 국민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따끔한 지적이야말로 기상청 발전의 밑거름이라 생각합니다."
남재철(58) 기상청장은 늦둥이 막내아들 이야기를 하면서 흐뭇하게 웃었지만, 화제를 예보 정확성 문제로 바꾸면서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남 청장은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상청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돼 영광스러운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기상청은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기상청장, 국회기후변화포럼 이사,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등을 지낸 남 청장은 이달 17일 제12대 기상청장에 취임했다.
남 청장은 "기상청의 단기 예보 정확도는 92% 수준으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기상 선진국에 절대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최근의 기후변화로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기상청의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고,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는 많이 모자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언제, 어느 곳에, 얼마만큼의 비가 내릴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도 완벽하게 풀지 못하는 숙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 청장은 최근 심각한 수해를 겪은 청주 지역을 예로 들었다.
이달 16일 청주 시내에는 290㎜ 넘는 비가 왔지만, 직선거리로 불과 15∼20㎞ 떨어진 청남대 관측지점에는 0.5㎜의 비만 내렸다.
남 청장은 "기상 예보가 100% 맞으면 좋겠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이는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국민께서 믿고 만족하실 때까지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 청장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기상청 안팎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시스템을 단단히 다져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관측망을 확충하고 한국형 수치 예보 모델을 조기 운영하는 동시에 상황 인지나 판단 능력 등 예보관 역량도 키워나가겠다"며 "특히 예보관의 경험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은 지금, 신입 예보관의 견해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부적으로는 예보가 틀릴 수 있다는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한편 국민의 질책과 지적을 기상청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상청의 최우선 가치가 '안전'인 만큼 국민께서 위험에 처하거나 경제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진이나 재해가 예상될 때 그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기 위한 업무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남 청장은 또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남 청장은 기상청 국제협력담당관과 선출직인 세계기상기구(WMO) 대기과학위원회(CAS) 부의장을 지내며 풍부한 국제무대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국가 기상 업무는 다른 정부의 어떤 업무보다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CAS 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국제협력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상기술 전문성을 강화하고 국제적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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