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군기지 오염조사결과 공개 패소에 "자꾸 항소하면 세상 바뀌겠나"
檢,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 국가배상책임 법원 판결에 "항소 포기"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가 패소한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를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시를 최근 내린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초 환경부가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결과 공개 여부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보고를 받고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패소판결에 대한 정부 항소를 자제하라. 압도적인 정보를 가진 정부가 패소했으면 그대로 따르면 되지 왜 항소를 하느냐"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런 식으로 자꾸 항소하면 세상이 바뀌겠느냐"는 식의 말도 했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용산미군기지와 주변 지하수 오염을 둘러싼 환경부의 2∼3차 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민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의 '정부 항소자제' 언급은 당시 청와대 참모진으로부터 법원의 판결과 함께 향후 대응 방안을 보고받으면서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대통령의 언급 이후 수차례 회의를 열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을 살펴보는 등 면밀하게 검토했고, 당시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터라 자칫 항소 포기가 한미 간 갈등을 일으킬 소재가 될 우려를 감안해 항소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문 대통령에게 건의해 관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환경부는 문 대통령의 방미 직전인 지난달 23일 항소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정부 항소자제 방침이 실질적인 국가소송 대응 기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은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와 가족에게 국가가 6억원대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법원 1심 민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다는 입장을 전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가배상소송 수행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국가는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돼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고 분쟁의 조기 종식을 통한 신속한 권리구제 등을 고려해 항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유서대필 혐의로 복역했던 강씨는 재심 끝에 2015년 무죄 판결을 확정받아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달 6일 일부 배상 책임 인정 판결을 내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항소 남용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