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장충기 문자 "삼성 입장 여론화"…삼성 "혐의와 무관"

입력 2017-07-25 20:23  

특검, 장충기 문자 "삼성 입장 여론화"…삼성 "혐의와 무관"

"현안 입장 정관계에 밝혀" vs "뭐가 문제…최순실·정유라·합병얘기 없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문자 메시지를 대거 공개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그룹 현안에 대해 정·관계에 입장을 밝히고 여론화한 과정이 드러난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공소사실과 무관하다고 맞받았다.

특검팀은 이날 재판에서 장 전 차장의 문자 메시지를 이슈별로 분류해 공개했다. 그는 대관과 홍보 업무를 맡았다.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낸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는 2015년 3월 "오늘 회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는 예정대로 잘 마쳤습니다", "사장님, 선거 결과 출석 16명 대의원 만장일치로 당선됐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회장에 선출된 날 이 상무가 장 전 차장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장 전 차장은 A씨에게서 "어제 정의화 의장과 4명이 저녁 했는데 오늘 원샷법은 꼭 통과시키겠대요"라는 문자도 받는다.

이모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의 자산이나 계열사 정보를 문자로 전달받기도 했다.

특검팀은 "장충기와 국정원 기조실장이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5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이후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자 삼성 측이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 노출을 막으려 했다는 정황도 공개됐다.

장 전 차장은 한 임원에게서 "사장님, 조금 전까지 댓글 안정적으로 대응했고,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대상 기사들 모두 내려갔습니다. 내일 오전에 전원 다시 나와 체크하겠습니다. 포털 측에도 부탁해 두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또 "미리 협조를 요청해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포털에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도 받는다.

특검 측은 "경영권 승계 보도에 대해 미전실에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확인하고, 네이버와 다음에 부탁해 부정적 기사의 노출 수위를 낮추는 활동을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7월 수신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에는 "오늘 11시 BH회의 관련 참고하세요.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미국 대기업 17곳 청년 일자리 10만개 창출"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VIP에게 가장 중요한 게 노동개혁이니까 그에 대한 협조의 뜻을 밝히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대규모 청년 채용 방향 제시하시면 JY(이재용), 삼성의 위상강화는 물론 당청, 국민 모두가 좋아할 듯 합니다"라고도 적혀있다.

특검 측은 "2015년 7월 25일 단독 면담을 위해 만들어진 말씀자료에 보면 투자 고용 확대를 당부하고 청년 고용 문제가 시급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장충기가 받은 문자 내용과 같다"며 "삼성에서 말씀자료에 포함될 내용을 사전에 청와대에 보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즈음 박 전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보낸 문자도 공개됐다.

문자엔 "대통령 휴가? 다음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휴가. 어디를 가진 않고 휴식 가지면서 정리할 것 (청와대에 머무르나?) 특별히 어디 가진 않는다. 바깥으로 가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수석들도 갈 것. 그때 아니면 저희는 갈 수가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검 측은 "문자를 보낸 사람은 청와대 당시 수석비서관으로 추정된다"며 "장충기와 수석비서관 사이에 이런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특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승마협회 관련 문자에는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서 회장으로 선출되는 이사회라 장충기에게 보고된 것"이라며 "회장으로 선출됐다는 결과를 보고했을 뿐인데 이게 무슨 부정한 보고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원샷법 문자에 대해선 "발신인은 장충기의 고등학교 동기이며 정의화 의장은 고교 선배"라며 "발신인이 들은 내용을 전달한 것일 뿐 장충기가 어떤 청탁이나 부탁했다는 게 기재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포털 통제 의혹에 대해선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최근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자료를 냈다"며 "내부 확인 결과 홍보팀 임원이 자신이 역할을 한 것처럼 다소 과장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히 2015년 7월 문자 메시지에 대해선 "'오늘 11시 BH회동'이라고 돼 있는데, 7월 25일 독대는 오전 11시에 시작됐다"며 "문자에 나오는 회동은 그 전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해 17개 기업 총수가 모인 간담회"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휴가 부분도 "7월24일 민경욱 대변인이 대통령 휴가를 브리핑했다. 문자 형태를 보면 브리핑 때 기자가 질문하고 대변인이 답변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이 3년치 방대한 양의 문자를 입수했다는데, 만약 3년치 문자에서 최서원이나 정유라 지원 얘기나 합병 관련 지시가 나왔다면 당연히 오늘 제시했을 것"이라며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증거 설명을 듣고도 어떤 입증취지인지, 공소사실과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다"고도 반박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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