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저커버그, 'AI 미래' 놓고 날 선 공방

입력 2017-07-26 10:43  

머스크-저커버그, 'AI 미래' 놓고 날 선 공방

"머스크의 AI 종말론 정말 무책임" vs "저커버그의 AI 지식은 제한적"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놓고 꽤 수위 높은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머스크가 지난 15일 미국 로드 아일랜드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의회 하계 총회에 초빙돼 "AI는 인간 문명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위협이 될 것"이라며 조속히 AI 규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는 연설에서 "로봇이 길거리에서 인간을 살육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난 뒤에야 그 위험을 자각한다면 너무 늦다"며 "AI 규제는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한 매우 드문 비즈니스 영역에 속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그는 수 년 전 화성에 식민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인공지능이 지구를 장악할 때를 대비한 백업플랜"이라고 말할 정도로 AI의 장래를 어둡게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23일 자신의 팔로알토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80분간에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회의론자나 종말론 시나리오를 선전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너무 부정적이며, 어떤 방식으로는 정말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이용자가 머스크의 AI 미래 전망에 대한 견해를 물은 데 대한 답이었지만, 머스크를 AI 종말론자에 비유한 것이었다.


그는 "기술은 언제나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쓰일 수 있다"고도 했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집을 통제할 AI 비서를 만들 정도로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인 AI 옹호론자다.

머스크는 저커버그의 글이 트위터에 올라온 뒤 25일(현지시간) "나는 마크와 이것에 관해 얘기를 나눴었다.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이해는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이 표현은 매우 지능적인 기술 괴짜들의 세계에서 꽤 아픈 말"이라고 지적했다. '지식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IT 천재들에게는 무척 견디기 힘든 모욕적 언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코드는 "두 위대한 실리콘 밸리 기술 천재들이 인간 문명의 미래를 둘러싸고 일종의 난장을 벌이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 로지 오도넬의 싸움까지는 아니더라도 논란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을 고려할 때 상당히 흥미롭다"고 말했다.

로지 오도넬은 트럼프와 심한 비방전을 벌인 여성 코미디언이다. 지난해 8월 대선후보 토론에서 폭스뉴스 앵커 매긴 켈리가 "당신은 트위터에서 싫어하는 여자들을 돼지나 개, 속물, 역겨운 동물로 불렀다"며 여성비하 발언을 문제 삼자 트럼프는 "로지 오도넬 한 테만 했다"고 말했고, 오도넬은 트럼프 취임이 임박한 올해 1월 초 "그는 정신적으로 병들었다. 그를 멈출 수 있는 날이 3주밖에 안 남았다"고 공격한 바 있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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