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최근 테러 지원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아랍에미리트(UAE)가 카타르가 9·11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
9·11 테러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UAE가 카타르에 오히려 테러 책임을 떠넘기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적반하장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UAE에 본사를 둔 스카이뉴스 아라비아에서 오는 26일부터 '카타르…맨해튼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테러리즘 지원과 관련, 카타르의 숨겨진 역할을 조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상은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증언을 인용해 압둘라 빈 칼리드 알 타니 카타르 전 내무장관이 9·11 테러의 주동자였던 칼리드 사이크 모하메드를 체포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는 등 두 인물과의 연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현지매체인 걸프뉴스가 보도했다.
스카이뉴스 아라비아는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총리가 소유한 아부다비 미디어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합작방송사다.
이에 따라 이 다큐멘터리가 UAE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타르 왕족 출신 알 타니 전 장관과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와의 연계 의혹은 이전부터 제기됐으나 다큐멘터리의 방영시기가 카타르 단교사태와 맞물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카타르 단교사태를 주도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9·11 테러의 배후라는 주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UAE의 행보는 적반하장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9·11 테러 당시 비행기 납치범 19명 중 15명은 사우디, 2명은 UAE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미 의회가 희생자 가족들이 미국에서 사우디나 UAE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9·11 소송법'(JASTA·테러 지원국에 맞서는 정의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라미 코리 베이루트아메리칸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현재 상황은 UAE와 사우디, 이집트의 언론이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슬프게도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적었다.
UAE 측도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와 싸움에서 실패한 사우디와 UAE가 관심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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