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력·영향력 커지며 중국인 민족주의 심화 양상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유럽연합(EU)이 테러 공격으로 혼란스러운 사이 민족주의와 애국심, 우월주의로 무장한 중국이 최대 강대국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 무대에서 급격하게 영향력을 키워온 중국이 자유민주주의의 기수이자 세계 최대 강대국이었던 미국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시기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당당한 글로벌 강대국으로서의 중국 이미지를 지키면서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19세기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이 미국과 러시아가 세계의 운명을 짊어질 예외적 국가라고 주장한 데서 유래한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라는 표현을 이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중국 예외주의'가 대체하는 모양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2010년부터 매년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80% 이상은 중국이 현재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퓨리서치가 진행한 조사에서는 중국인의 75%가 10년 전보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60%는 국제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와 자부심은 해외를 여행하거나 서방 국가에서 유학한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굳건해지는 분위기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한 뒤 중국에서 도시계획 컨설턴트로 일하는 리샤오펑(34)은 한때 서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유학 중 소득불균형과 양당 체제, 사회 양극화 등 미국 민주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중국 체제의 우수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8만여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서 "종국에는 중국이 세계 1위 강대국인 미국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교육과 언론, 온라인을 완전히 장악하고 정부 정책에 맞서는 반대 의견을 잠재우는 방식으로 중국 사회의 여론을 조성해왔다.
그 결과 민족주의와 정부에 우호적인 의견은 증폭되는 반면 비판은 묻혀버린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민족주의가 과격하고 맹목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신문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는 현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이 외에 자국민이더라도 서구에서 중국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느껴지는 발언을 한 경우 중국인들은 신속하게 보복에 나선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5월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를 졸업한 한 중국인 학생이 졸업식 답사에서 언론의 자유와 미국의 깨끗한 공기에 찬사를 보냈다가 온라인상에서 중국인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중국 외무성까지 이 학생의 발언을 문제 삼는 등 사태가 커지자 결국 그는 중국을 비하할 의사가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게시해야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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