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자, 의원 자격 없어…전면 조사 시 더 나올 수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정계에 '이중국적'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호주 헌법에 따르면 이중 국적자는 연방 의원직에 도전할 자격이 없지만, 최근 의원과 장관 등이 이중국적 지위를 가진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의 자원담당 장관인 매슈 카나반(36) 연방 상원의원은 25일 저녁 자신이 이중 국적자임을 확인했다며 장관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고 호주 언론이 26일 전했다.
카나반 장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친이 지난 2006년 이탈리아 영사관에 서류를 제출, 두 나라 국적을 갖게 됐다며 당시 자신은 25살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카나반 장관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결코 가본 적도 없다"며 "내 기억으로는 이탈리아 영사관이나 대사관에 발을 들여놓은 일도 없다"라고 말했다.
카나반 장관은 그러나 이탈리아 법상 당사자의 서명이나 인지, 혹은 동의 없이 국적 취득이 가능한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상원의원직 사퇴는 일단 보류했다. 그는 자유당과 함께 정부를 꾸리고 있는 국민당 소속으로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날 사퇴 발표 자리에 함께한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은 카나반 장관이 자신의 동의 아래 이탈리아 국적을 얻은 것이 아닌 만큼 현재로는 헌법 위반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옹호하고 나섰다.
호주에서는 최근 약 2주 사이에 두 명의 연방 상원의원이 이중국적을 이유로 물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지난 14일 녹색당 소속 스콧 러들램(47) 연방 상원의원은 뉴질랜드 국적도 함께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사퇴했고, 나흘 후 같은 당의 라리사 워터스(40) 상원의원도 캐나다 국적도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물러났다.
그러나 호주 연방 상하원의 전체 의원 226명 중 해외 출생자만 수십 명에 달하는 만큼 추가로 사퇴하는 이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해외에서 태어난 의원 중 많은 이가 결백을 입증할 만한 분명한 증거를 내놓지 않아 이런 전망을 부추기고 있다.
극우성향 '하나의 국가'당 소속으로 영국계인 맬컴 로버츠 상원의원은 이중 국적자가 아니라고 선언하면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영국 국적 포기 서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도 모든 연방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를 요구했다.
집권당 소속 일부 의원은 녹색당의 두 의원이 이중국적 문제로 잇따라 사퇴하자 "정당이 헌법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으나 카나반 장관에게로 불똥이 튀자 언급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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