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뇌종양에도 의회 표결 참여한 매케인 상원의원

입력 2017-07-26 17:50  

[연합시론] 뇌종양에도 의회 표결 참여한 매케인 상원의원

(서울=연합뉴스)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상원은) 내가 기억하는 다른 어떤 때보다 더 당파적이고 더 파벌적이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도 2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의 표결에 참여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연설에 동료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호응했다. TV 방송의 카메라에 잡힌 매케인 상원의원의 왼쪽 눈썹 위에는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동료 의원들은 연설이 끝난 뒤 차례로 줄을 서 그를 껴안고 격려했다. 이 장면은 방송을 통해 미국인은 물론 다른 나라 국민에게도 생생히 전달됐다.



미국 공화당 중진인 매케인 상원의원은 혈전 제거 수술과정에서 뇌종양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지역구인 애리조나주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 논의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병상을 떠나 의사당을 찾았다. 표결에는 상원의원 100명 전원이 참석했다. 표결 결과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표로 동수였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가결 처리됐다. 매케인 상원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오바마케어 폐지를 논의하기 위한 표결이 상원을 통과하는데 '일등 공신'은 매케인 상원의원이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연설에서 "우리의 건강보험 제도는 엉망이고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모두 그것을 알고 있다. 무언가가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뇌종양 진단을 받은 매케인 상원의원이 표결에 참여함으로써 공화당 의원들을 뭉치게 했고, 죽어가던 트럼프 대통령의 '1호 공약'을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표결 전 자신의 트위터에 "존 매케인이 투표하러 온다니 정말 대단하다. 미국의 용감한 영웅"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표결 참여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표결 과정에서 '정족수 미달' 논란을 빚은 우리나라 국회 모습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지난 22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될 뻔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6명이 참여하지 않은 데다 뜻밖에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표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불참한 여당 의원들은 저마다 해외 출장, 지역활동 등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경안 처리가 절실하다고 호소해 놓고 여당 의원이 26명이나 표결에 불참하자 비판여론이 일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거듭 사과했고, 불참 의원들은 당 대표의 서면 경고를 받았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입원 중 표결에 참여한 매케인 상원의원의 '의연한 행동'과 우리 국회의 추경안 처리 '정족수 논란'은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대의민주주의, 즉 대의정치(代義政治)는 대표를 선출해 간접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체제이다. 대의정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이상적인 제도로 꼽힌다. 하지만 대표자인 의원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선거를 통해 심판하기 전에는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 특히 의원들이 입법활동을 소홀히 하더라도 임기 중에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돼 있다. 의원의 기본적인 의무는 입법 과정의 토론과 표결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의원들은 본회의나 상임위 참석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듯하다. 중요 법안을 표결할 때도 참여하는 의원이 절반을 간신히 넘기곤 한다. 이번 오바마케어 표결에 100명 전원이 참석한 미국 상원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표결권을 엄중하게 생각하는 매케인 상원의원과 미국 상원의 의정활동을 귀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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