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해양경찰청이 26일 공식 부활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전격 해체된 지 2년 8개월 만이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해양청과 소방청을 독립시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2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데 따른 것이다. 대형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취지로 해양경찰청과 소방청 등을 합쳐 세워졌던 국민안전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양수산부 산하 독립 외청으로 재탄생한 해경은 이날 새로 간판을 내걸었다. 해경을 이끌 해양경찰청장도 출범일에 맞춰 임명됐으니 새 출발을 위한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다.
해경은 출범에 즈음해 '내일보다 오늘이 더 안전한 바다'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해경은 "뼈를 깎는 다짐과 노력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출발을 맞이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어떤 위급한 순간에도 오직 국민만 생각하며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조직 해체와 부활이라는 극단을 오간 만큼 각오가 남다를 터인데, 부디 새 출발의 초심을 잃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은 조직 해체의 수모를 겪었고, 참사 현장에 도착해 승객 하선 조치를 하지 않은 목포해경 123 정장은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는가 하면 해경 각급 단위 수뇌부는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그뿐 아니다. 해양경찰 전체 조직원들은 지난 3년을 죄인처럼 살았다고 한다. 국민안전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절반인 3천여 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1이 넘는 숫자가 '세월호 참사'를 가장 충격적인 경험이라고 답변한 데서도 이런 사실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는 해경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이고, 이를 극복하는 일은 절실한 과제라는 점이 확인된다고 하겠다.
해경 해체는 너무 어설픈 결정이었으며, 그 배경에는 청와대로 향하는 재난컨트롤 타워 기능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참사 직후 해경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조직 해체라는 충격 요법으로 푸는 방식이 옳은지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조직 해체 후 해경이 국민안전처 산하로 편입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나타났다. 보고체계가 복잡해지고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난 건 기본이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서해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으로 고속단정이 침몰했을 때는 사건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자연스레 정치권에서도 해경부활론이 나왔고,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채택됐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해경은 마침내 새로운 출발의 닻을 올렸다. 그러나 단순히 조직만 되살아난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해양 안전 문제에서는 한치의 느슨함도 없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