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종속돼 응석 부리는 일본…패전의 경험 직시해야"

입력 2017-07-27 07:55  

"미국에 종속돼 응석 부리는 일본…패전의 경험 직시해야"

젊은 일본인 학자가 쓴 '영속패전' 번역·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45년 8월 일왕이 항복 선언을 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렸다. 일본 제국주의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허황한 슬로건을 내걸고 전쟁을 벌였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패전국 일본은 군국주의를 버리고 아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했지만, 지난 70여 년간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보수 정치세력이 장기 집권을 했고, 주변국과의 관계는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패전의 산물인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일본의 젊은 정치학자인 시라이 사토시(白井聰) 교토 세이카(精華)대 교수가 쓴 '영속패전'(永續敗戰, 이숲 펴냄)은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하는 이유를 설명한 책이다. 그는 일본이 보이는 기만적 태도의 밑바탕에 과연 어떤 기제가 작동하고 있는지 날카롭게 분석했다.

책 이름이기도 한 '영속패전'은 저자가 내세우는 주장의 핵심 용어다. 그는 일본이 영원한 패전 상태에 있다고 본다. 패전을 외면해 왔기 때문에 여전히 패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패전의 부인'과 '대미 종속'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영속패전을 떠받친다고 주장한다. 그는 "패전을 부인하므로 미국에 끝없이 종속되며, 대미 종속이 깊이 이어지는 한 패전의 부인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왜 대미 종속이 일본인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관련돼 있는 것일까.

저자는 냉전 체제 속에서 실리를 챙기려던 미국이 일본에 패전을 부인할 수 있는 명분을 줬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손을 잡지 않도록 공산주의에 호의적인 좌파 대신 전쟁을 일으킨 군국주의 보수 세력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본 우파는 전쟁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지 않고 '패전'을 '종전'으로 받아들였다.

문제는 일본 우파가 미국과 친밀해질수록 아시아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이 아시아를 전혀 개의치 않는 배타적 내셔널리즘을 행사하는 것은 미군의 압도적 존재감에 기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꼬집은 뒤 "우파의 정체성 지탱을 위해 타국의 힘으로 내셔널리즘의 바탕을 이루는 매우 기괴한 구조가 정착됐다"고 비판한다.

영속패전은 독도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저자는 영토의 경계선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가장 최근에 벌어진 전쟁의 결과로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지배 권력은 패전 사실을 떳떳이 인정할 수 없으므로 영토 문제의 합리적 해결 능력은 밑바닥부터 결여돼 있다"며 "다케시마(竹島, 독도의 일본 명칭)는 무조건 우리 땅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19세기 일본 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주창한 탈아입구(脫亞入歐,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구에 진입한다) 이론은 오늘날에도 일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중국이 급성장했고, 북한의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주변국이 미국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일본을 잠자코 지켜볼 만한 형국이 아니다. 일본이 패전의 경험을 직시하도록 주위에서 도와야 할 시점이다.

"이 책은 전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전후 일본의 문제를 다시금 지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논의의 참신함을 논하기보다 '진실의 목소리'를 한 사람이라도 더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선태 외 옮김. 216쪽. 1만5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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