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에 대한 보은'…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9년째 지원

입력 2017-07-27 06:10  

'희생에 대한 보은'…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9년째 지원

화천군, 후손 153명에 장학금 보내고 한국 유학도 무료로 주선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조국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과 세계평화를 지켜낸 할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6·25전쟁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은 27일 에티오피아에서 온 유학생 아디스 룰루(26)씨는 남다른 소회에 잠겼다.




아디스씨는 할아버지인 게브레셀라시에씨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이 인연이 돼 명지대에서 유학 중이다.

강원 화천군과 대학 측이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해 줘서 한국 유학이 가능했다.

화천군은 2009년부터 9년째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6·25전쟁에서 한국을 지켜준 참전국 용사들에게 진 빚을 갚는 보은사업이다.

화천지역은 참전국 용사들이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치렀던 곳. 그중에는 에티오피아의 젊은이들도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당시 최고 엘리트였던 황실근위대 소속 정예부대 '칵뉴(Kagnew)' 부대원 6천37명을 파병했다.

화천지역은 이들이 처음으로 교전을 벌인 곳으로 당시 에티오피아 군인은 양구와 철원 등에서 122명이 전사했다.

이중 귀환한 참전용사들은 1970년대 쿠데타로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홀대를 받았다.




화천군은 당시 참전용사 대부분이 가난을 벗지 못하고 후손들도 학업에 어려움을 겪자 그 희생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후손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최문순 현 화천군수가 주민생활지원실장이던 2009년부터 사업이 시작돼 매년 현지를 직접 찾아가 참전용사 후손 가정을 방문, 장학금을 전달하고 한국으로 올 유학생도 선정하고 있다.

현재 153명의 현지 초·중·고교·대학생에게 연간 8천300여만원(환율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총 지원한 학생은 215명이다.

특히 아디스 룰루씨와 같이 국내 대학 2곳에 한 명씩의 유학생을 지원하는 사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모두 5명이 한국 유학생으로 선발돼 이 중 3명은 졸업을 했다.

아디스 씨는 다음 달 졸업을 앞두고 있다.

화천군은 다음 달 7일 새 유학생을 선발하고, 장학금 전달을 위해 현지로 갈 예정이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후원금은 화천군이 지역 군부대와 사회단체 등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평화의 댐 인근에 들어선 세계평화의 종공원 타종료도 장학금 조성에 전액 쓰이고 있다.

1년에 약 1천500만원이 모이고 있다.

종공원에는 29개국의 분쟁 현장과 6·25전쟁 당시 사용된 탄피를 모아 만들어진 무게 1만관(37.5톤)의 초대형 범종이 있다.

현재까지 화천군의 예산과 후원금을 합쳐 모두 4억8천400여만원이 현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전달됐다.

화천군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뿐 아니라 한국에 관심 있는 학생에 대해서도 지원했다.

에티오피아 유학생 세욤 쓰게레따(25·여) 씨는 지난해 8월 한림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먼 이국땅에서 경영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를 잡게 된 것은 화천군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 덕분이다.

2013년 화천부군수이던 최문순 군수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어린 시절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배운 실력으로 인사를 건네자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최문순 군수는 직접 대학 측에 쓰게레따 양을 추천했고, 2104년 꿈에 그리던 대학원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어학연수 1년과 석사학위 과정 2년간 쓰게레따 양은 화천군의 지원으로 경영학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는 화천군이 지원한 에티오피아 유학생 가운데 제1호 석사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6·25년 참전 60주년을 앞두고 2009년 희생에 대한 보은으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미래에 도움을 주고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어려운 시절 도움을 받았으니, 이젠 우리가 참전용사 후손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켜줄 차례"라고 말했다.

한편, 화천군은 다음 달 7일 군 실무자와 자원봉사자로 지역 고등학생 3명이 함께 에티오피아 현지를 찾아 신규 장학생을 선발하고,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행사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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