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로 유럽 방면 항공로 복선화 논의 '스톱'

입력 2017-07-27 06:15  

'사드 여파'로 유럽 방면 항공로 복선화 논의 '스톱'

"한·중 복선화 협상,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측 무반응"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혼잡도가 높은 중국·유럽 방면 항공로를 복선화하기 위한 한·중 협상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지연되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작년 초부터 중국 정부와 중국·유럽 방면 항로 복선화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5개 주요 항로 가운데 가장 붐비는 중국·유럽 항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복선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갈수록 혼잡해지는 이 항로의 혼잡도를 낮추려면 복선화가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양국은 작년 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장급 당국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실무선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던 협의는 우리 정부가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올해 초 중단됐다.

중국 측은 최근까지도 우리 측의 실무 접촉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복선화 논의가 기약 없이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항공산업의 팽창 등으로 이 항로에 매년 교통량이 몰리면서 올해 들어서만 교통량이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중 협상은 현재 단선 체계인 이 항로를 복선 체계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단선 체계는 하나의 항로를 고도를 달리해 상하로 나눠 운영하는 방식이고, 복선 체계는 좌우 간격을 두고 항로를 둘로 나눠 하나는 입항로, 하나는 출항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관제 등 측면에서 볼 때 항로를 복선화하는 것이 항공량을 분산해 항공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고, 항로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

국토부는 단선인 이 항로를 복선화하면 지금보다 항공기 분리 간격이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복선화를 반긴다.

복선인 경우 항공기가 상하 충돌 우려가 없어 고도를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경제적인 고도를 찾아 연료를 아끼며 비행할 수 있다.


현재 한중 항공 당국은 항공교통흐름관리(ATFM)를 통해 중국·유럽 항로에 10분에 1대꼴로 항공기 운항을 허용하고 있다. 1시간에 약 6대가 이 항로를 이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상이 좋지 않거나 군사훈련 등이 있을 경우 이 간격은 30∼50분까지 늘어난다.

이 경우 1시간에 1∼2대의 비행기만 이 항로를 이용할 수 있어 지상에서도 항공기 지연이 속출한다.

실제로 이달 15일 베이징 인근 상공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적란운이 형성되자 중국 당국이 항공량을 조절하면서 유럽행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몇 시간씩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 불편을 겪었다.


불가항력으로 볼 수 있는 기상 악화와 군사훈련 외에도 베이징 상공에 진입하는 항공기가 급증해 항공 당국이 교통량을 제한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같은 항로 혼잡도 개선을 위해 복선화가 필요하다는 데 중국 당국 역시 절감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라는 외교 현안 때문에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리 항공 당국과 업계의 분석이다.

국토부는 중국·유럽 항로 복선화를 위해 중국과 협상이 재개되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교통량이 늘어난 일본·태평양 항로에 대한 복선화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베이징 상공에 하루 1천여대가 넘는 항공기가 드나드는 혼잡한 상황에서 항공편 지연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항로 복선화를 중국과 합의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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