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원장, 경찰청장 등 전·현직 포함…미국내 자산동결·미 기업과 거래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이 26일(현지시간) 개헌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려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인적 제재를 했다.
미국은 개헌이 강행될 경우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방침임도 시사했다.
AP와 AFP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베네수엘라 전·현직 고위 관료 13명을 대상으로 한 제재를 발표했다.
재무부는 제재 이유를 3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 4명은 제헌의회 선거를 주도하거나 민주주의를 훼손했으며, 5명은 반정부 시위 등과 같은 정치적 혼란 속에 폭력과 억압에 연관됐다는 것이다. 4명은 국영 석유 기업과 국영기업 관계자로 부패와 베네수엘라 암시장에 대한 엄중한 단속을 명분으로 포함됐다.
주요 인물로는 티비사이 루세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과 제헌의회 투표를 총괄하는 엘리아스 하우아 전 부통령, 네스토르 레베롤 내무부 장관, 카를로스 알프레도 페레스 암푸에다 경찰청장, 시몬 세르파 국영석유기업 PDVSA 부사장 등이 명단에 올랐다.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된다. 미국 기업들이 제재 대상자들과 사업적 거래를 하는 것도 금지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 법치를 손상하려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지속적인 시도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헌의회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제헌 의원들은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절차와 제도를 훼손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제헌 의원들은 추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제재 발표에 앞서 마르코 루비오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13명의 베네수엘라 고위인사가 제재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공개했다.
루비오 의원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야권과 반정부 시위자들을 억압하고 독재 정부를 만들고 있다며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제재에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피력해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마두로 정권을 향해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면 미국은 강력하고 신속한 경제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나 개헌만이 민중의 권리를 강화하고 4개월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국주의의 위협에도 개헌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겠다"며 제헌의회 선거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신속히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거부하기도 했다.
535명으로 구성된 제헌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는 30일 치러질 예정이다. 제헌의회는 1999년 제정된 헌법의 개정 등 다른 헌법기관보다 우위의 권한을 지닐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은 정부의 제헌의회 투표를 저지하기 위해 이날부터 48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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