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경제, 버블 붕괴 직전 일본과 비슷"…'2위 경제대국' 견제 심리도?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중국 경제에 대한 미국 주류언론의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머니'의 공격적인 '외국자산 쓸어담기'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 당국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언론의 논조에는 '세계 2위 경제대국'에 대한 견제 심리도 깔린 모양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자 사설에서 "중국 경제는 버블 붕괴 직전의 1980년대 일본을 연상시킨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과 주식시장 버블이 붕괴되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의 장기불황에 시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지도부는 1980년대 일본과의 한가지 유사점에 흠칫 놀랄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겉으로만 그럴듯한 '트로피 자산'(trophy asset)을 앞다퉈 사들이는 점은 30년 전의 일본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려스러운 대목은 중국 기업이 과도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자산관리 경험도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이 역시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사례로 중국 완다(萬達)그룹이 할리우드 영화관 체인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것을 거론하면서, 1989년 컬럼비아 픽처스를 거액에 사들였다가 1990년대 들어서야 인수비용을 상환했던 전자업체 소니의 "재앙적(disastrous) 인수"를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안방(安邦) 보험의 맨해튼 부동산 매입도, 일본 미쓰비시 부동산의 1989년 뉴욕 록펠러센터 지분 인수에 빗댔다. 미쓰비시는 5년 뒤 채권단에게 지분을 넘겨줬고 6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1980년대 일본처럼 중국이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일본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위험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24일 "중국 경제에서 '회색 코뿔소'(Gray Rhino)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예측이 어려운 돌발위험을 뜻하는 '검은 백조'(Black Swan)와 달리,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실제 현실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쉽게 간과되는 위험 요인들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경제가 회색 코뿔소 무리에 짓밟힐 위기에 처했다"면서 "중국 내 저리의 대출을 활용해 외국 자산을 거침없이 사들여온 다롄완다, 안방보험, 하이난(海南)항공그룹, 푸싱(復星)그룹이 바로 그들"이라고 지목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자칫 회색 코뿔소를 죽인다면 경제 불안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처해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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