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나란히 역대 최악 수준의 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신차 출시와 신흥시장 공략 확대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국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두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9천1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2% 줄었다. 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2.8% 줄어든 3천8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4분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작년 4분기는 기말환율 상승에 따른 일시적 외환 평가손실이 반영되는 변수가 있었다.
두 회사 모두 내수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중국, 미국 등 'G2' 시장에서 해외 실적 부진이 깊었다.
특히 3월 이후 사드보복 여파로 중국에서 한국차 불매운동이 벌어진 탓에 현지 판매가 급락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이 됐다.
현대차의 올 2분기 중국 판매량은 10만5천158대로 작년 같은 기간(29만3천758대)보다 약 64%(18만8천600대) 감소했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약 64%(9만2천842대) 줄어든 5만2천438대를 팔았다.
다른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도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부진이 이어졌다.
현대차는 상반기 미국에서 33만6천441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1% 줄어든 수준이다.
기아차 판매는 같은 기간 9.9% 줄어든 29만6천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신흥시장 공략 확대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보복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남아있는 이상 부진을 근본적으로 만회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드보복이 장기화하면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망 붕괴와 우수 판매인력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달부터 특정 회사 딜러가 다른 브랜드 차량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신(新) 자동차 판매관리법'이 중국에서 시행되면서 추후 딜러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일 사드보복이 해소된다 해도 이미 중국 현지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현대·기아차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상반기와 같은 추세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판매 목표(195만대)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중국시장 차질분만 올해 약 120만대에 이르고, 국내외 올해 판매량도 목표(825만대)보다 120만대가 적은 700만대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조 파업'이라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최근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결의했으며 언제든지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노사는 계속 교섭을 진행 중이나 휴가가 끝난 뒤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신차 출고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아차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우선 현대차와 달리 노후 모델 교체를 위한 주요 신차 출시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어 하반기 분위기 반전을 노릴 모멘텀이 마땅치 않다.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 결과에 따른 영향도 우려된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천458명은 2011년 연 750%에 이르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연장 근로 등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과거 분을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가 승소할 경우 사측은 최대 3조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는 소송 결과에 따른 재무적 영향이 확정되면 3분기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어서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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