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정치학'…민주·국민의당, 反日 '군함도 마케팅'(종합)

입력 2017-07-27 18:33   수정 2017-07-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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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정치학'…민주·국민의당, 反日 '군함도 마케팅'(종합)

국민의당 지도부 단체관람…"극한 속 여유 통해 지혜 발휘하자"

우원식 "일본 역사왜곡에 분노…군함도 끌려간 노동자 기억할것"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7일 일제 강점기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 '군함도'를 매개로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외교 현안에 대한 당론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군함도(端島·하시마)는 일본 나가사키(長崎) 인근의 인공섬으로 1940년대 많은 조선인이 해저탄광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린 곳이다. 일본은 이를 근대화 유적으로 규정,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영화가 개봉하자 국민의당은 가장 먼저 극장으로 달려갔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군함도를 단체 관람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담장 밖의 수선화에게' 제작자와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감독도 참여해 인사말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민의당이 한가히 여유를 즐길 처지는 아니다"라면서도 "극한 속의 여유라는 말을 생각한다. 여유를 갖고 뒤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향해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이날 영화관람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군함도라는 과거 비극의 역사를 통해 늘 깨어있고, 조상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후손들을 가르칠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아직 당 차원의 단체관람을 계획하진 않았지만,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인사가 SNS를 통해 영화를 언급하며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일본 외교당국은 군함도를 근대화와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둔갑하며 분명한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강제동원 아픈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글귀와 성함을 적어 인증샷 운동에 동참해달라"며 "저도 군함도에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영화 개봉 첫날인 26일 군함도의 실제 희생자 유족들과 영화를 보고, "정부는 피해자와 가족의 어려움을 살피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청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야 정치인들이 주제 의식이 뚜렷한 대중 영화를 단체 관람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 10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 등과 개혁 군주로서 광해군의 면모를 모티브로 삼은 픽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 말없이 5분 동안 눈물을 훔친 적이 있다.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이듬해 12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림사건' 변론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을 잇따라 관람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영화가 친노계를 결집하는 데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월 서울 용산의 한 극장으로 일반 국민 180여 명을 초청해 영화 '국제시장'을 함께 관람하면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스토리로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낳았다.

작년 여름에는 민주당이 '덕혜옹주'를, 새누리당이 '인천상륙작전'을 각각 단체 관람하거나 회의에서 언급하며,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는 데 활용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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