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운동으로 연 인생황금기' 65세 몸짱 교수님

입력 2017-07-28 07:00  

[사람들] '운동으로 연 인생황금기' 65세 몸짱 교수님

보디빌더 김종순 강원대 교수…소문난 약골에서 몸짱으로

운동은 평생 진행형 "가능하다면 90대에도 하고 싶다"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KBS'(갈비씨), 왕갈비, 빼빼, 와리바시(나무젓가락).

교수이면서 보디빌딩 지도자로 활동하는 김종순(65)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의 어린 시절 별명이다.

얼굴만 보면 팔자주름이 깊게 팬 환갑을 훌쩍 넘은 고령이지만 시선을 아래로 조금만 내리면 '성난' 근육들이 온몸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몸짱으로 거듭난 그지만 고교 시절 키 175㎝에 몸무게는 6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몹시 허약한 '소문난 약골'이었다.

얇디얇은 다리가 조금이라도 더 두꺼워 보이도록 바지 안에 파자마를 항상 입었을 정도다.

대학생이 된 그는 허약체질을 고치고자 보디빌딩을 시작했다.

수련회나 야유회에 아령을 필수품처럼 가지고 가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에도 체육관에 가 역기를 단 몇 분이라도 들었다.

"한두 번 운동을 빼먹다 보면 공들여 만든 습관이 무너질까 봐 만취 상태에서도 체육관에 꼭 갔어요. 역기를 들 수 없으면 드는 척이라도 했죠."

남부럽지 않은 체력을 갖게 된 그는 1982년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부임 후 테니스에 빠져 살았다.

당시 테니스 코트는 모두 흙 코트인 탓에 비가 오면 흙이 굳어질 때까지 테니스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집 앞마당에 시멘트로 포장한 백보드를 만들어 비를 맞으면서 연습할 정도로 '테니스광'이었다.




그런 그에게 2008년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상대방이 친 공을 놓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뛰어다닌 결과 무릎이 아파 테니스를 그만둬야 했다. 퇴행성 관절염이었다.

가족력이 있어 운동으로 조절해왔던 당뇨까지 말썽을 부렸다.

공복 혈당 수치가 160㎎/㎗까지 치솟았다.

몇 개 되지 않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에도 진땀을 빼야 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운동도 못 하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좌절감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젊은 대학생들 사이를 지나가기만 해도 위축됐습니다.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약물치료를 한사코 거부했던 그는 동료 교수의 조언으로 2010년 9월 체육관으로 발길을 옮겨 역기를 들기 시작했다.

1975년 2월 대학졸업 후 약 36년 만에 다시 보디빌딩을 시작한 것이다.

매일 1시간씩 운동했다.

역기 무게가 조금씩 늘어날수록 병세가 호전됐다.

하체운동기구인 레그 프레스(leg press)로 50㎏을 겨우 들어 올렸던 그는 어느새 160∼170㎏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게 됐다.




1년 후인 2011년 9월 미스터 강원 선발대회 중년부에 출전했다.

자신의 건강이 어느 수준인지 평가받고 싶어서였다.

손바닥만 한 팬티를 입고 평가를 받는 무대가 매우 어색하고 두려웠지만, 용기를 냈다.

훗날 손자들이 건강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할아버지는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해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 적도 있단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회에서 그는 '사고'를 쳤다.

3위라는 성적을 거둔 것이다.

첫 출전에 해낸 성과였고, 운동하면서 처음 받은 상이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본다'는 그의 성격이 빛을 발했다.

그는 "운동하면서 받은 상이라곤 어머님이 차려주시는 '밥상'밖에 없었는데 상을 받으니 1등 한 것보다 더 기뻤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병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은 바닥을 치던 자존감을 끌어올렸다.

기적을 경험한 기분에 스스로 짠 운동계획을 100% 실천했고, 2012년부터 3년 연속 같은 미스터 강원 중년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전국대회인 '42회 미스터 YMCA 선발대회'서도 마스터스급 3위 성적을 거뒀다.

전문 운동인들과 겨뤄 일궈낸 성과였기에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퍼스널 트레이너(PT) 자격도 취득했다.




그가 운동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나이가 들어도 근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만 얻을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었다.

적정한 시간의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은 기본이고 학업성적, 노동생산성, 질병 예방과 수명까지 늘릴 수 있다는 여러 학술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하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기억력이 분명해지고, 학습속도가 빨라지고, 창의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어느새 '운동예찬론자'가 다 됐다.

그는 "활력이 넘치는 삶과 인생황금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며 "60대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운동이란 매우 어려운 과제로 보일 수 있지만 70대 노인도 운동하면 체력 나이가 5년 이상 젊어진다"고 강조한다.

올해 초에는 자신의 경험과 동서양 학술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쓴 인생 이모작 준비에 관한 지침서 '인생의 황금기 프로젝트 Ⅰ'을 출간했다.

'인생의 황금기는 80대'라는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말을 인용해 100세 인생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건강과 생산성 향상법, 불행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준비한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3월부터는 학교수업처럼 매 학기 동료 교수들을 위해 '근력운동 및 생산성 향상 무료 교육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참여교수가 14명에 불과했으나 참여하고 싶다는 교수들이 많아져 올해 2학기부터는 60명으로 정원을 늘려야 할 상황이다.

일반 노약자를 위한 운동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자기계발서 두 권 집필도 곧 시작한다.

주제는 '가치와 보람이 있는 삶'과 '노년기의 효과적 자기경영'이다.

내년 정년퇴임을 앞둔 그는 올해 퇴임 전 마지막으로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요즘도 운동하느냐'는 주변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최소한 80세까지는 운동을 할 거예요. 90대에도 가능하다면 하고 싶습니다."

약골에서 몸짱으로 거듭난 김 교수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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