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곳곳에 홍승혜·윤사비 등 설치미술 선보여
(이천=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지산리조트에 들어서자 높이 5m의 거대한 붉은색 조형물이 사람들을 맞았다.
'빅토리아'로 불리는 이 조형물은 여성 픽토그램(그림문자)를 형상화한 홍승혜 작가의 입체 작업이다.
녹음으로 뒤덮인 빈 스키슬로프 위에 설치된 '빅토리아'는 록을 즐기러 이곳, 이른바 '밸리록'까지 올 관객들에게 승리와 행운을 빌어줄 참인듯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인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지산밸리)이 지난해부터 미술 축제와 결합한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로 옷을 새롭게 갈아입었다.
'빅토리아'를 비롯해 5개의 거대한 작품이 광활한 공연장 곳곳에 설치됐다.
'빅토리아'가 굽어보는 잔디밭에는 목구조물에 홀로그램 필름을 덧입힌 윤사비 작가의 '프리즘' 덩어리들이 놓였다. 관객들이 잠깐 걸터앉아 쉴 수 있는 벤치 역할을 하면서, 밤에는 번쩍번쩍 무지갯빛을 발하는 조명으로 변한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윤 작가는 "특정 시점에서 보면 평면의 무대처럼 보이게끔 설계했다"면서 "공연장 저쪽이 예술가의 무대라면 이곳은 관객의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앙 잔디밭을 떠나 걷다가 무더위에 슬며시 짜증이 올라올 때쯤 만나는 것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빨주노초파남보 물줄기다.
그동안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 실내 공간에서 '폭포' 연작을 선보였던 권용주 작가는 야외에 7m 높이의 인공 폭포를 선보였다. 버려진 물건들로 구조물을 만들고 물이 쏟아지도록 하는 권 작가의 작품은 자연과 인공, 문명과 환경 등을 생각하게 한다.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주 무대인 'THE V'와 마주 보게 설치된 권오상 작가의 '뉴 스트럭처'가 눈길을 붙든다.
미술사의 거장 알렉산더 칼더의 고정 조각 연작 '스테빌'을 응용했다는 이 작품은 이번 축제에 참여하는 음악인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해 자작나무 합판에 입혀 만든 것이다.
권 작가는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면서 작품 주변에 편하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계곡에 마련된 이윤호·이병재 작가의 '히든 바'는 관객들을 위한 '바'이면서도 그 자체가 설치작업이 되는 공간이다.
현장을 안내한 호경윤 아트디렉터는 "뮤직앤드아트 페스티벌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작품들을 먼저 생각했고 그 콘셉트에 따라 제일 좋은 작가들을 선정, 부탁했는데 다섯 작가마다 일당백을 해내는 느낌"이라면서 작가 선정 기준을 밝혔다.
미술과의 접목은 록 페스티벌이 변신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CJ E&M 페스티벌팀의 이유홍 과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해외 음악인의 내한공연이 많지 않았기에 해외 음악인이 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왔다"면서 "이제는 더는 음악인만으로는 차별화가 안 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미술이나 패션 등 다양한 예술을 접목한 음악 축제가 늘어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야외에 설치되는 미술품인 만큼, 주최 측은 작가들에게 태풍이 오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만큼 내구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이들 미술품 전시 기간은 축제가 열리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에 불과하다.
지산밸리를 찾는 관람객이 10만 명을 웃도는 만큼 그만큼 효과적으로 미술과 작가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으리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호 디렉터는 "작품을 설치하는 하는 분들이 다시 철거하러 안 와도 되지 않을까, (관람객들 흥에) 다 부서질 것 같다고 말하더라"는 농담을 전하면서 흥이 오른 관람객들의 '열정'을 예상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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