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대책 발표…대리점 공식 통계 없어 어려움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제2의 남양유업[003920] 사태를 막기 위한 이른바 대리점 '갑질' 대책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대리점이 가맹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다 이에 대한 공식 통계조차 아직 집계된 적이 없어 대책 발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공정위 제조업감시과는 최근 대리점의 불공정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국의 대리점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뒤 이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최우선으로 유통·가맹·하도급·대리점 분야의 '갑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다만 대리점 대책은 최대한 서둘러도 내년은 돼야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가맹·하도급·유통 분야 불공정행위 근절 대책이 이미 발표됐거나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긴 셈이다.
대리점 대책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아직 대리점에 대한 공식 통계가 집계된 적이 없어 업종별 실태 파악이 당장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문제가 된 남양유업만 해도 대리점이 전국에 1천100개가 넘고 이동통신 대리점만 해도 전국에 2만6천여개에 달한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어렵지만 전국의 대리점 수는 2015년 기준 21만8천개인 가맹점 수를 훨씬 웃돌 것으로 공정위는 추산하고 있다.
대리점 수 자체가 워낙 많고 업종도 다양해 각각의 거래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2013년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공정위는 각 대리점을 돌며 주문 수량을 증명할 수 있는 컴퓨터 로그 기록을 뒤졌지만 자료 확보에 실패해 과징금을 119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여야 했다.
공정위는 최근 현대 모비스[250060]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과징금 산정의 근거가 되는 매출 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법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실태 파악에 참고할 수 있는 법 집행 사례도 많지 않다.
공정위는 대리점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관련 신고와 법 집행 사례가 늘어나면 대리점 거래 파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대한 실태조사를 담당할 인력이 여의치 않은 점도 난관 중 하나다.
유통·가맹·하도급 등 갑을 문제는 기업거래정책국에서 과별로 전담하고 있지만 대리점 문제는 지난해까지 공정거래법으로 다뤄온 탓에 시장감시국 제조업감시과에서 맡고 있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마련된 공정위 인력·조직 개편안은 최근 행정안전부 검토를 마치고 기획재정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리점 수가 워낙 방대해 실태조사 대상을 정하는 것조차 복잡하다"라며 "최대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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