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대·기아차가 올 상반기에 극심한 실적 부진을 나타냈다. 26일 발표된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 매출 47조6천470억 원, 영업이익 2조5천952억 원, 당기순이익 2조3천19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6.4%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34.3%나 감소했다. 특히 2분기 당기순이익은 9천13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2%나 줄었다. 이 회사 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27일 실적을 발표한 기아차도 상반기에 매출 26조4천223억 원, 영업이익 7천868억 원, 당기순이익 1조1천55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5%, 영업이익은 44.4%가, 당기순이익은 34.8% 줄었다. 기아차 역시 올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7.6%, 52.8% 급감해 환율 요인이 반영됐던 작년 4분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는 더딘 내수 회복 속에 중국과 미국 등 'G2' 시장 판매가 급격하게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 3월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에서 한국차 불매운동이 전개되면서 판매가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현대차의 올 2분기 중국 판매량은 10만5천158대로 작년 같은 기간(29만3천758대)보다 약 64% 감소했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약 64% 줄어든 5만2천438대를 파는 데 그쳤다. 두 번째 큰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도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부진이 이어졌다. 현대차는 상반기 미국에서 33만6천441대를 팔았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0.1% 줄어든 수준이다. 기아차 판매도 같은 기간 9.9% 줄어든 29만6천대에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에 신차 출시와 신흥시장 공략 확대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한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이 풀리지 않는 한 판매부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려워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이란 내부 악재도 안고 있다. 두 회사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자 최근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결의한 상태로 언제든지 합법적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두 노조가 올해도 파업을 벌이면 6년 연속 파업을 기록한다. 노사가 여름 휴가 뒤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이 벌어지면 신차 출고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음 달 17일로 잡힌 기아차 노조의 회사 상대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 결과도 주목된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천여 명은 2011년 연 750%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연장 근로 등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노조가 승소할 경우 회사는 최대 3조 원가량 부담해야 해 재무상태가 더 나빠진다. 노조는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사측만의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노사가 상생의 정신 아래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극복할 때다. 회사는 시장 다변화와 생산성 제고, 기술혁신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선진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첨단 차종의 개발과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제조업체란 명성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질 수 있음을 현대·기아차 노사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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