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표 신문' 기자 등 17명 법정에…"비판기사 쓴 게 죄"

입력 2017-07-28 00:22  

터키 '대표 신문' 기자 등 17명 법정에…"비판기사 쓴 게 죄"

내·외신 "비판 언론 재판, 터키 민주주의 시험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내가 오늘 법정에 선 것은 비판적인 언론인이라서다."

이달 24일 이스탄불 형사법원 피고석에서 터키 일간지 줌후리예트 소속 카드리 귀르셀 기자는 자신에게 씌워진 '무장 테러조직 협력' 혐의가 근거가 없다면서 이같이 진술했다고 터키 언론들이 27일 전했다.

귀르셀 기자는 무라트 사분주 편집국장 등 신문사 동료 16명과 함께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FETO) 또는 '쿠르드노동자당'(PKK) 지원 혐의를 받는다.

FETO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추종 세력을 가리킨다. 터키정부는 작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이들을 지목했다. PKK는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으로, 미국과 터키 등에서 테러조직으로 분류됐다.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신문인 줌후리예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해 정권과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피고 17명 가운데 사분주 국장과 아큰 아탈라이 최고경영자 등 11명은 작년 10월말부터 잇따라 연행돼 장기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기다렸다.

이달 24일 시작된 재판에서 검찰은 사분주 국장 등 피고에게 최장 43년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사분주 국장 등은 검찰의 혐의에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 나흘째인 이날 사바흐 등 터키 언론에 실린 귀르셀의 법정 변론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들이 FETO 전용 애플리케이션(바일록) 사용자 또는 FETO 소속 용의자와 교신을 했다는 점을 테러조직 협력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언론인이라면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계층의 취재원과 접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를 테러조직 지원의 증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피고들은 반박했다.

특히 귀르셀은 검찰이 교신 상대방이라며 제시한 바일록 앱 이용자로부터 문자가 왔지만 답변을 하지도 않았다며 혐의가 억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작년 7월 12일자 신문에 '에르도안은 국민의 아버지가 되기를 바란다'는 제목으로 실린 자신의 칼럼이 '대통령의 인격을 공개적으로 직접 겨냥하고 터키에 전제주의 정권이 있다는 듯한 인상을 주려 했다'는 검찰의 혐의에 대해서도 "터키법에는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직접 겨냥하는 행위가 범죄가 된다는 내용이 없다"고 변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히크메트 체틴카야 기자는 이날 법정에서 "줌후리예트는 어느 언론보다 먼저 귈렌에 관한 비판 기사를 실어 소송에 시달렸다"며 귈렌을 도왔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도 법원 밖에서 줌후리예트 직원들과 인권단체 등이 모여 언론자유 실태를 비판하고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터키 세속주의 성향 언론과 외신은 비판 언론의 기자와 경영진을 무더기로 기소한 이번 재판 결과가 터키 언론자유 및 사법정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실었다.

터키 일간 휘리예트의 세르칸 데미르타시는 칼럼에서 "줌후리예트 재판은 터키 민주주의의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모든 혐의가 기각돼 우리 동료들이 풀려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자 사설에서 "대중에 정보를 제공하고 견해를 전달하는 것은 언론인의 사명"이라면서 "언론인이 언론인으로서 일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사바흐 등 터키 친정부 성향 언론은 검찰의 기소 내용과 피고의 변론 내용을 사실 위주로 전달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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