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이 프로포폴 투여 환자 숨지자 자살위장 시신 버려(종합)

입력 2017-07-28 11:40   수정 2017-07-28 11:43

병원장이 프로포폴 투여 환자 숨지자 자살위장 시신 버려(종합)

"유족이 손해배상 청구할까봐"…경찰 "평소에도 프로포폴 지속 투여 정황"

(통영=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마약류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여한 뒤 환자가 숨지자 자살로 위장해 시신을 바다에 버린 병원장이 검거됐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사체유기·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거제 소재 모 의원 원장 A(57)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통영해경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께 의원에 온 환자(41·여)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했다.

평소에는 의사의 지시를 받아 간호사들이 하는 일이었지만 당일에는 의사가 직접 투여했다.

의원에서 일하던 간호사 3명이 사건 발생 하루 전부터 A 씨와 갈등으로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런데 약을 투여한 지 수십분이 지났을 무렵 환자는 심정지로 숨졌다.

A 씨는 주사실에 숨진 환자를 계속 눕혀놓고 의원 접수실 직원이 퇴근한 뒤 인근 렌트카 업체에서 차량 1대를 빌렸다.

이후 환자 시신을 차에 옮겨 싣고 장소를 물색하다가 다음날인 5일 오전 4시께 통영시 용남면의 한 선착장 근처 바다에 시신을 버렸다.

선착장에는 평소 환자가 복용하던 우울증 약과 손목시계 등을 올려두고 자살한 것처럼 위장했다.

통영해경은 당일 오후 1시께 한 주민의 신고로 시신을 발견, 수사에 착수했다.

단순 자살로 볼 수도 있었지만 피해자가 통영에 연고가 없는데다 주점에 근무하는 점 등에 미뤄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우선 주변 CCTV 확보에 나섰다.

CCTV 1대에는 시신 발견 장소 근처 선착장에서 비가 심하게 내리는 와중에 차량 한 대가 30여분간 머물다가 떠난 장면이 담겨 있었다.

통영해경은 차량번호 조회 등을 거쳐 A 씨가 렌트한 차량임을 확인했다.

통영해경은 또 피해자 주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A 씨 의원을 지난 5월부터 꾸준히 다닌데다 지난달 말부터는 거의 매일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가 거주하던 거제의 한 원룸에서는 A 씨 의원 이름으로 처방된 수면장애 관련 약 봉지도 확보했다.

이어 의원 내부와 건물 지하주차장·엘리베이터 등 CCTV 영상이 모두 삭제됐고 A 씨로부터 제출받은 피해자 진료기록부가 조작되는 등 증거가 인멸된 정황도 확인하고 지난 25일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지만, 피해자 사망 당일 프로포폴이 아니라 영양제를 투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평소 채무가 많은데, 피해자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까봐 겁이 나서 범행했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해경 측은 "의원 관계자 진술 등에 미뤄 A 씨가 평소 피해자 요구로 정량보다 많은 프로포폴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약품 관리 대장 등 장부를 없애 현재로는 정확한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영해경은 피해자 사망 원인을 명확히 하려고 부검을 진행하는 한편 관련 내용을 거제시보건소에도 통보, 행정처분을 의뢰할 방침이다.

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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