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폐교부지 등에 초고층 타워 맨션 들어서 학령아동 급증
교사 고층화·지하 풀장· 개폐식 옥상 운동장 활용 등 긴급대책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오사카(大阪)시 번화가인 신사이바시(心?橋)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사카 시립 호리에(堀江)초등학교.
"도심속 초등학교"인 이 학교 학생 수는 5년 전 700명이었으나 지금은 1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5년 후에는 추가로 600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수가 크게 늘다 보니 라디오 방송에 맞춰 맨손체조를 하는 아침 조회시간에는 학생들이 운동장에 다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교실도 턱없이 부족하다.
학부모들도 참가하는 운동회 때는 가뜩이나 좁은 운동장이 더 좁아져 올해 5월 운동회는 아예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돔구장을 빌려 했다.
점심시간 후에는 어린이들이 한꺼번에 운동장에 나와 놀다 보니 훌라후프를 하던 어린이가 날아온 공에 얼굴을 맞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학교 측은 올부터 상급생과 하급생이 시간을 나눠 운동장을 쓰도록 하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교실도 모자라 공작실과 다목적 교실 등을 교실로 활용하는 편법을 동원했으나 한계에 달해 교정에 새 건물을 짓기로 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교실부족은 이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오사카시에 따르면 작년까지 5년간 시 중심부에 있는 3개구, 7개 학교가 교사 증축을 통해 교실 63개를 늘렸다. 그런데도 이들 3개 구에서는 앞으로 5년 후면 26개 초등학교에서 143개의 교실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한 일본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NHK에 따르면 대도시, 그것도 도심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폐교 부지를 비롯한 도심 빈 땅에 재건축 등을 통해 초고층 타워 맨션 등 대단위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사카 시내의 초등학생 수는 작년 기준 11만3천 명으로 35년 전의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자 시 당국은 인구가 감소한 도심의 초등학교 13개를 폐교하고 해당 부지는 매각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활기반이 완비돼 편리성이 높은 도심부가 주거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타워 맨션 등 초고층 주거단지가 잇따라 건설되고 있다. 이 주거단지에 인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주해온 어린이가 대거 시내 중심부에 남은 몇 안 되는 학교에 몰린 것이다.
오사카시 담당자는 "매각 당시의 담당자는 타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매각했겠지만, 학교 부지에 고층건물이 들어올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남은 초등학교에서는 늘어난 학생들을 받아줄 교실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절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오사카시 당국이 5월에 프로젝트팀을 설치하고 긴급대책 마련에 나섰다.
요시무라 오사카 시장은 사이타마(埼玉)현과 도쿄도(東京都)의 초등학교를 둘러본 후 이들의 사례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이타마현 가와구치(川口)시 중심부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아동 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7층짜리 교사를 새로 지었다. 같은 면적의 부지에 연면적을 기존의 1.5배로 늘린 것. 고층부에 있는 교실은 안전을 위해 아이들의 손이 닿는 높이에 설치된 창문은 열리지 않도록 했다. 건물에는 어린이들이 답답함을 느끼 않도록 가운데를 비웠다.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는 좁은 토지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풀장은 지하에, 옥상은 개폐식 지붕을 설치해 운동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요시무라 시장은 오사카에도 고층화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생 수를 예측하는 방법도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학군 내의 출생자 수를 토대로 아동 수를 예측해왔으나 앞으로는 맨션건설 등 부동산 시장 상황도 고려키로 했다. 당국은 이런 방법으로 20년 후까지의 아동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급격히 늘어난 아동 수는 장차 급격히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보고 학교를 새로 지을 때는 장기 예측을 통해 학생 수가 줄더라도 건물을 다른 공공 목적에 쓸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이런 현상은 오사카뿐 아니라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도시의 도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NHK는 지자체 중에서는 맨션을 건설하는 민간업자의 계획을 접수하는 단계에서 토지를 무상기부토록 해 기부받은 토지에 학교를 짓는 방법을 모색하는 곳도 있다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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