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과 2일 차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 롯데, GS, 현대중공업, KT, 대한항공 등 7개 대기업의 총수나 최고위 경영인이 참석했다. 전날 1일 차 간담회에는 현대차, LG, 포스코, 한화, 신세계, 두산, CJ, 오뚜기의 최고위 경영인이 왔다. 자산순위 15대 기업에서 공기업 농협을 빼고 짝수 순위(1일 차)와 홀수 순위(2일 차)로 나눈 뒤 특별 초청된 오뚜기를 첫날 간담회에 넣었다고 한다.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노타이 차림의 가벼운 호프 미팅으로 시작한 전날 간담회 때와는 달리 비가 온 탓에 이날 간담회는 본관 로비에서 '칵테일 타임'으로 시작한 뒤 본관 인왕실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첫날 간담회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기업인들에게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기업인들도 서비스 산업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원을 제안하거나(손경식 CJ 회장 등)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협력업체에 대한 국책은행 지원을 호소하는(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진솔하게 건의했다. 기업인들은 또한 상생펀드를 통한 협력업체 지원(구본준 LG 부회장)이나 상시업무 종사자의 정규직 전환(금춘수 한화 부회장), 새 사업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을 내놓으며 문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화답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이나 미국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의견을 서로 나누며 공감했다고 한다.
이번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격의 없이 진행됐다. 노타이 차림에 호프 미팅으로 시작한 것도 그렇고 정해진 시나리오나 준비된 자료 없이 진행된 것도 파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개인 신상이나 기업 사정에 따라 '맞춤형' 질문을 하며 친밀감을 나누기도 했다. 대통령이 말하면 기업인들이 받아적는 과거의 권위적이고 일방통행식 간담회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렇더라도 기업인들이 핵심 사안을 놓고 정작 하고 싶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했다고는 자신할 수 없다. 최고구간 법인세율과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누구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니 말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주요 경제주체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터놓고 진솔하게 얘기하고 싶은 대통령의 진정성과 상관없이 주요 기업인들이 속마음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는 과거 정권 때의 학습효과도 있었을 듯하다. 대통령이 겸허하게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업 역할을 존중한다는 믿음이 쌓일 때 비로소 말 그대로의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기업은 성장과 분배의 원천이자 중요한 경제주체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골라 과감히 푸는 것이 좋다. 그렇게 진정한 소통 의지를 보인다면 기업도 마음을 열고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을 맞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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