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차세대 구축함 놓고 영국-이탈리아-스페인 각축

입력 2017-07-28 16:20  

호주 차세대 구축함 놓고 영국-이탈리아-스페인 각축

濠 무기수출국 겨냥, 현지생산 요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호주가 차세대 프리깃함(소형 구축함) 건조에 350억 호주달러(약 31조 원)를 투입할 예정인 가운데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호주 자유당-국민당 연립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긴장 고조와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맞서 오는 2020~2021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증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군사장비 도입에 1천950억 호주달러(약 180조 원)를 쏟아 부을 계획이어서 국제 방산업계의 새로운 대형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호주의 차세대 구축함 사업에는 현재 영국의 BAE 시스템스와 스페인의 나반티아, 그리고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가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이를 위해 자국 군함을 왕복 2만 마일(약 3만2천km)에 해당하는 호주 해역에 파견하고 있으며 영국은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이 호주를 방문해 자국의 26형(Type26) 구축함의 판매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영국은 특히 호주가 영연방 소속인데다 같은 정보동맹(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일원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Five Eyes는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 5국이 참여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차세대 구축함 발주에 있어 최대한 호주 현지에서 많은 구축함을 건조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일자리 창출과 향후 무기수출을 위한 기술 비축을 염두에 둔 것이다.

크리스토퍼 파인 호주 국방장관은 FT에 "우리는 세계 5번째 군사장비 수입국이며 20번째 수출국"이라면서 "우리는 이것을 바꾸길 원하며 추가적인 독자적 방위능력을 확보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 강력한 수출산업을 구축함으로써 호주 업체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을 갖추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호주는 군사장비 분야에서 세계 12위 지출국이나 무기수출은 미미한 편이다.

호주 최대 방산업체인 조선업체 오스탈(Austal)의 지난해 매출액은 9억8천만 달러(약 1조1천억 원)로 세계 방산업체 가운데 72위 수준이다.

파인 장관은 이에 따라 호주는 향후 국제 방산 파트너에게 호주 업체와의 광범위한 협력과 수출을 겨냥한 현지 자회사 설립 등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BAE 시스템스는 자국의 26형 구축함 9척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건조하는 한편 이곳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함 건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호주의 방산 시장을 놓고 이미 미국의 노스롭그루먼과 프랑스의 Naval 그룹 등세계적 방산업체들이 이미 호주 현지에 진출해 있다.

프랑스의 Naval(전 DCNS) 그룹은 500억 호주달러(약 45조 원)에 달하는 호주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12척의 건조 계약을 따낸 상태다. Naval 역시 잠수함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건조할 방침이다.

그러나 호주 정부의 과도한 현지화 전략은 국방부로 하여금 더욱 저렴하고 성능 좋은 외국산 장비 구매를 기피하게 함으로써 예산 부담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방위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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