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치권·체육계 인사 조문 잇따라
"평생을 소유욕 없이 살아 '바보같은 삶' 살았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고 김원기(55) 씨의 빈소에는 28일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는 "레슬링계 큰 별이 떨어졌다"며 침통함과 안타까움이 흘렀다.
김 씨는 전날 오후 강원도 원주 치악산에 아내와 산행 중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55세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날 빈소를 찾았다.
고인과 평소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이 총리는 "아, 아우야…"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영우 바른정당 국회의원, 이정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 정치계 인사들도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에는 이재근 선수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장례식장을 찾았고, 전 종목 입촌 지도자와 선수들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레슬링계 후배들은 선배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단숨에 달려왔다.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29)를 비롯해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잠시 훈련을 접고 대선배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박장순 대표팀 총감독과 안한봉 전 감독 등도 빈소를 찾아 깊은 애도를 표했다.
박 감독은 "선배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너무 당혹스럽다"며 "레슬링계 큰 별이 떨어졌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며칠 전에도 성경 구절을 보내주시면서 힘을 주셨다"며 "전화 한 번 드려야지 했는데…"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 전 감독도 "김 선배가 1984년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모습을 보고 금메달의 꿈을 키웠다"며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의 별세 소식은 생전 고인의 왕성한 선행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빈소는 아내와 함께 친자식과 같은 어린 후배들이 지키고 있었다.
김 씨는 친자식이 없지만, 생전에 가정환경이 불우한 어린 후배 7명을 십수년간 지속해서 후원해왔다. 지금은 친자식과 다름없는 이들이다.
그는 사망 당일에도 강원도 양구에서 끝난 대통령기 전국시도대항 레슬링대회에 가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돌아오던 차였다.
고인은 올림픽 금메달 이후 당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한 채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렸고, 회사도 그만둬야 했다.
평생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후배들은 물론, 주위 어려운 이들에게 힘을 주는 일을 마다치 않았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최근까지 교도소 등지를 돌며 무료 강연을 하는 한편, 경찰청 등에서 자신의 인생 역정을 소개한 강의를 해왔다.
고인의 절친한 친구인 강대일 씨는 "고인은 평생을 소유욕이 없이 살아왔다"며 "항상 남을 베풀면서 '바보 같은 삶'을 살았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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