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10종 맞아야 학교 입학 가능…"파시즘으로 회귀" 반발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아동 백신 접종이 약 20년 만에 다시 의무화됐다.
이탈리아 하원은 28일 최근 몇 달 동안 찬반 논란이 거셌던 아동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을 찬성 296표, 반대 92표, 기권 15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6세까지의 아동은 홍역, 풍진, 파상풍 등 10종의 백신을 맞아야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이 가능해진다. 자녀들에게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부모는 최대 500 유로(약 66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이탈리아의 백신 접종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를 크게 밑돌 정도로 떨어진 가운데 미국이 지정한 여행 주의국 명단에 오를 만큼 홍역이 크게 유행하자 지난 5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12종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법령을 승인했다.
법령은 상원과 하원의 논의를 거쳐 필수 백신 접종 가짓수를 당초 12개에서 10개로 줄이고, 벌금 처분도 완화하는 쪽으로 손질됐다. 필수 접종 백신에 해당되지 않는 나머지 4개 백신의 접종도 강력히 권고하기로 했다.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장관은 법안 통과 직후 "우리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매우 심각한 전염병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법안 통과에 반발했다.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한 북부 리구리아 주 보건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파시즘으로 회귀한 것"이라고까지 말하며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이날 하원 건물 앞에서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 3명을 공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들은 백신 접종이 자폐를 유발하는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부모들의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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