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원 "인종적 요인인 듯"…시리아 정부와 연루 탓 일수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시리아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호주의 무슬림 주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함께 연수차 미국을 방문하려다 입국이 거절됐다.
호주 빅토리아주 상원의 칼릴 이데흐(62) 주의원은 동료 의원 4명 및 주 고위경찰 1명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미국 덴버행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를 타려다 혼자만 제지당했다고 AAP통신 등 호주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상원 부의장이기도 한 이데흐 의원을 포함한 일행은 덴버에서 이틀, 새크라멘토에서 하루를 머물며 미국 관계자들과 마약과 관련한 제도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이미 유럽과 캐나다에서 관련 연수 일정을 마친 상태였다.
이데흐 의원은 탑승 거부에 대한 뾰족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홀로 호주로 귀국길에 올랐으며, 다른 동료들은 미국에 들어가 기존 일정을 계속하기로 했다.
연수단 일행인 피오나 패튼 의원은 "상원 부의장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이미 수년간 호주를 위해 봉사한 일을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인종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패튼 의원은 또 사전 경고나 접촉이 전혀 없었다며 이데흐 의원이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호주의 미국대사관에서는 약 4주 전 공무원들에게 부여하는 비자를 이데흐 의원에게 이미 내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이후 노동당 소속 주의원으로 활동하는 이데흐 의원은 레바논에서 태어났으며, 15살 때 부모와 함께 호주에 정착했다.
그는 호주 멜버른 시리아 사회의 주요 인사로, 알라위이슬람협회 회장을 지냈다. 알라위는 시아파 소수파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같은 파다.
이데흐 의원이 태어난 레바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자 금지국 명단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는 2002년 알 아사드 대통령 정부에 충성 편지를 쓴 일이 있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당시 그는 시리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아랍인이며, 시리아인으로서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후 2007년 공식 임무 차 시리아를 방문했으며 그 이후로 시리아를 다시 찾은 일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호주 연방 외교부에 미국 당국으로부터 해명을 들어보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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