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백인 남성, 자신의 오토바이 훔친 소년을 차로 들이받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14살 원주민 소년의 죽음을 놓고 호주 곳곳에서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며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소년을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 백인 남성에 대한 처벌 수위가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 시위자들의 불만이다.
지난해 8월 호주 서부 주요 도시 퍼스에서 동쪽으로 600km 떨어진 칼굴리-보울더에서는 14살의 원주민 소년 일리이자 다우티가 숲에서 숨진 지 하루 만에 경찰에 발견됐다.
다우티가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주인 남성에게 발견됐고, 이 남성은 자신이 몰던 픽업트럭으로 추격해 다우티를 고의로 들이받았다는 것이 경찰의 수사 결과다.
사건 직후 지역주민들은 법원 앞에 모여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All Lives Matter)라는 깃발을 들고 엄격한 법 적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당시 시위대는 법원 입장이 금지되자 법원 유리창을 깨고는 거리 시위에 나섰고, 병과 돌을 던져 경찰 차량 5대가 파손되고 경찰 10여명이 다쳤다.
하지만 최근 법원 판결은 이들의 분노에 다시 불을 지폈다.
서호주주 최고법원이 우발적 살인(manslaughter) 쪽이 아닌 위험한 운전이 결과적으로 죽음을 불렀다며 형량이 크게 줄어든 징역 3년만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판결 소식에 원주민을 포함해 많은 호주인이 분노를 표시했다.
28일 2대 도시 멜버른에서는 수백 명이 퇴근길 번화가의 주요 도로를 차지하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거나 미국 경찰들의 흑인들에 대한 과잉대응을 비난하는 시위과정에서 나온 구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며 거리행진도 했다.
시위 참가자인 루시는 호주 ABC 방송에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며 "이런 일은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시위는 호주 한가운데 도시인 앨리스 스프링스에서도 열렸고, 참가자 수십 명은 최고법원과 지방법원으로 몰려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시위 참가자 중에는 3년 전 8살 아이가 뺑소니 차량에 숨졌으나 운전자는 단지 18개월 집행유예와 6개월의 가택연금만을 받은 사건의 피해자 가족도 있었다.
이번 판결에 반발하는 시위는 앞서 시드니와 브리즈번, 퍼스, 애들레이드 등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등 전국적인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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