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선포됐지만…집 물에 잠긴 기초수급자들 '막막'
청주 기초수급자 121가구 신고…재난지역 돼도 별다른 지원 없어
에너지재단 도배·장판·창호 수리 나서…LH도 주택 보수 지원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사상 최악의 물난리가 난 청주 지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집이 침수하면서 벽지가 떨어져 회색 시멘트벽이 드러났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창호도 엉망이다.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 망가진 집을 수리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남의 집에서 전세를 사는 기초수급자들도 많다.
기초수급자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손꼽아 기다렸다. 정부가 나서서 피해를 복구해 줄 것으로 믿어서다.
수재 복구 지원을 받을 것으로 여겨 청주시에 피해 내용을 신고한 기초수급자는 121가구에 달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지난 27일 청주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이후 이들은 오히려 상실감만 커졌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공공시설물 복구에 필요한 재난복구비 중 국고 지원 비율이 높아졌을 뿐 민간시설 복구에 지원되는 돈은 없다.
일반 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지급되는 재해지원금과 인명 피해에 따른 지원금, 생계지원금이 전부이다. 집이 완전히 부서졌을 때는 최고 900만원, 침수됐을 때는 10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법령상 추가 지원되는 것은 없다.
돈이라도 있으면 주택을 깨끗하게 수리할 수 있겠지만 이번 재해는 허름한 주택에서 궁핍하게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삶의 의욕을 뚝 떨어뜨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후 통신요금·전기료·도시가스 요금 1개월 감면, 지역난방요금 감면 등의 지원책이 추가됐지만 수해를 입은 기초수급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원구 모충동의 전셋집에서 사는 기초수급자 김모(57)씨는 이번 폭우 때 집이 물에 잠겼다. 옷장에 넣어둔 옷이 물에 흠뻑 젖을 정도였다.
김씨는 인근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기약을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관공서의 지원도 기초수급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주시는 집수리를 도와주기 위해 긴급 주거 지원에 나섰지만 전셋집에서 사는 기초수급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수재민이 주택 소유주일 때 지원이 가능하지만 세입자의 경우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청주시는 이들을 도와줄 민간 후원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너지재단이 도배와 장판, 창호 수리를 자처하고 나섰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긴급 보수 지원에 나섰다. 아름다운재단은 선풍기와 이불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입주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보증금은 5천500만원인데, 기초수급자가 이의 5%인 275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LH가 부담하는 식이다.
청주시는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기초수급자의 신청이 접수되는 대로 입주가 가능한지를 여부를 파악, LH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수해를 입은 기초수급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원자를 물색, 연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청주 기초수급자 121가구 신고…재난지역 돼도 별다른 지원 없어
에너지재단 도배·장판·창호 수리 나서…LH도 주택 보수 지원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사상 최악의 물난리가 난 청주 지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집이 침수하면서 벽지가 떨어져 회색 시멘트벽이 드러났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창호도 엉망이다.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 망가진 집을 수리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남의 집에서 전세를 사는 기초수급자들도 많다.
기초수급자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손꼽아 기다렸다. 정부가 나서서 피해를 복구해 줄 것으로 믿어서다.
수재 복구 지원을 받을 것으로 여겨 청주시에 피해 내용을 신고한 기초수급자는 121가구에 달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지난 27일 청주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이후 이들은 오히려 상실감만 커졌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공공시설물 복구에 필요한 재난복구비 중 국고 지원 비율이 높아졌을 뿐 민간시설 복구에 지원되는 돈은 없다.
일반 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지급되는 재해지원금과 인명 피해에 따른 지원금, 생계지원금이 전부이다. 집이 완전히 부서졌을 때는 최고 900만원, 침수됐을 때는 10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법령상 추가 지원되는 것은 없다.
돈이라도 있으면 주택을 깨끗하게 수리할 수 있겠지만 이번 재해는 허름한 주택에서 궁핍하게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삶의 의욕을 뚝 떨어뜨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후 통신요금·전기료·도시가스 요금 1개월 감면, 지역난방요금 감면 등의 지원책이 추가됐지만 수해를 입은 기초수급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원구 모충동의 전셋집에서 사는 기초수급자 김모(57)씨는 이번 폭우 때 집이 물에 잠겼다. 옷장에 넣어둔 옷이 물에 흠뻑 젖을 정도였다.
김씨는 인근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기약을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관공서의 지원도 기초수급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주시는 집수리를 도와주기 위해 긴급 주거 지원에 나섰지만 전셋집에서 사는 기초수급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수재민이 주택 소유주일 때 지원이 가능하지만 세입자의 경우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청주시는 이들을 도와줄 민간 후원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너지재단이 도배와 장판, 창호 수리를 자처하고 나섰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긴급 보수 지원에 나섰다. 아름다운재단은 선풍기와 이불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입주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보증금은 5천500만원인데, 기초수급자가 이의 5%인 275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LH가 부담하는 식이다.
청주시는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기초수급자의 신청이 접수되는 대로 입주가 가능한지를 여부를 파악, LH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수해를 입은 기초수급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원자를 물색, 연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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