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임계치 왔다"…文대통령, 사드배치 '결단'하고 中통보

입력 2017-07-29 12:54   수정 2017-07-29 13:30

"레드라인 임계치 왔다"…文대통령, 사드배치 '결단'하고 中통보

北 ICBM급 미사일 '게임 체인저' 가능성 판단…대북전략 틀 바뀔듯

추가 배치 사드도 환경영향평가 실시…절차적 정당성은 유지

제재 수위 높이면서도 베를린 구상 동력 잃지 않도록 관리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김승욱 기자 = 북한이 28일 밤 기습적으로 감행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 대북전략에 큰 틀의 수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번 도발이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게임 체인저'(국면전환)가 될 수 있다는 엄중한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 나아가 미국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으로 등장하면서 종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전략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9일 새벽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한 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의 추가 배치를 지시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그간 전 정부에서 이뤄진 사드 발사대 2기(基)의 국내 배치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음을 지적하면서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지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일었지만,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거론하는 등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 문 대통령이 이번 도발을 계기로 나머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서두르라고 지시하고 이를 미국은 물론이고 사드 배치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중국에 '통보'했다.

이는 규탄성명과 무력시위 등 기존의 대응 수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새벽 NSC 전체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금번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북한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밤 고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3천724.9㎞까지 상승했으며,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기존 외교·안보 전략의 판 자체가 뒤흔들린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전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선회해 일단 나머지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만약에 북한의 미사일이 ICBM으로 판명된다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온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면서도 이미 배치된 발사대 2기뿐 아니라 추가 배치될 발사대 4기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선(先) 배치 후(後) 평가' 기존인 셈이다.

이는 북한의 시급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배치 수순에 돌입하면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감안하고 북한과의 대화 여지를 열어두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은 어찌 됐든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유지하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긴급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전략자산인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것 외에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대목이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심의 다자 제재구도와 한·미·일 3자 구도에 터 잡은 지역 제재구도에 더해 보다 '다층화된' 제재구도를 만들어, 제재의 실효성과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우리의 독자적 제재 카드로는 먼저 우리 군의 미사일 발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꼽힌다.

우리 군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해 현재 최대 사거리 800㎞, 탄두 최대 중량 500㎏으로 제한된 우리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 중량 500㎏의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 정도를 파손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췄으나 탄두 중량이 1t으로 증가할 경우 지하 10여m 깊이에 구축된 북한 전쟁지휘부 시설이나 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독자 제재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만큼 미사일 성능 개량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강력한 대북 압박의 와중에서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투트랙 기조'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에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더 강한 채찍과 더 강한 당근을 제공하는 '과감하고도 근원적인' 해법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선택지가 넓지 않지만 적어도 대화의 동력 자체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와 압박을 해 나가면서도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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